경북도가 과수 산지유통 새 판 짜기에 나섰다. 사과 포도 복숭아 떫은감 자두 등 경북 5대 과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복잡하기 짝이 없는 유통체계를 개선해 농가소득 증대와 소비자만족도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또한 워낙 많아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농산물 브랜드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한∙미,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중국과의 FTA체결을 앞둔 시점에서, 경북 대표과수 통합마케팅조직 육성을 통한 유통혁신만이 물밀 듯 들어 올 외국산 과일에 맞설 국제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최 웅(51ㆍ사진)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난립한 지역 농산물 브랜드 통합과 10개 시ㆍ군 회원농협이 운영중인 경북연합마케팅추진단을 광역 공동사업법인으로 확대해 마케팅 컨트롤타워로 육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최 국장을 만나 이번 프로젝트의 내용과 기대효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 보았다.
-경북과수 산지유통 체계화 카드를 뽑아 든 배경은.
"경북도는 한해 농산물 총생산액이 4조6,491억원에 달하며, 생산량 1위 과수가 무려 5개나 된다. 하지만 자금력과 조직, 규모화된 대기업 유통업체의 영향력이 갈수록 세져 농민 중심의 영농법인과 개별농협 등 기존의 영세 유통조직 만으론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시장 상황은 홈쇼핑과 학교급식, 해외바이어 등 대량 수요처가 계속 늘고 있지만 산지유통시설의 부족과 공급능력의 한계 때문에 직접납품이 어려운 실정이다. 경북도는 산지유통조직의 규모화 사업에 착수, 농업인들의 거래 교섭력 확대는 물론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나아가 한∙중FTA 체결에 대비코자 한다."
-통합 마케팅 조직 구축은 어떻게.
"현재 경북 도내 10개의 사과 산지 회원농협이 운영하는 경북연합마케팅추진단은 시장에서 대기업 유통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기다 무역장벽의 붕괴로 이들은 외국산 농산물과 무한대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경북도는 이 법인을 22개 산지 농협 등 생산자 단체가 참여하는 (가칭)경북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전환한 뒤 '마케팅 컨트롤타워'로 육성할 계획이다."
-마케팅 컨트롤 타워 역할은.
"지역 내 산지 유통조직 간 과다출혈경쟁과 가격하락을 막아 농가의 생산마진을 보장하는 한편 품질향상에 주안점을 둘 생각이다. 시장개방에 대응한 지속 가능한 대외경쟁력 확보를 위해 참여조직 간 협력체계 구축에도 힘쓸 계획이다. 통합마케팅 참여 회원농협과 농업법인은 상품화와 참여농가 지도역도 맡게 된다. 반면 농가조직은 농산물 재배 및 출하권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공동법인의 추진방향과 기대효과는.
"생산혁신과 통합물류체계 구축에 따른 상품성 제고와 원가절감이 주 목표다. 공동브랜드와 품질관리를 통합마케팅 조직이 전담, 생산부터 유통까지 일원화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도내 산지 유통시설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2017년까지 경북과수 전체 생산액 가운데 30% 이상을 취급, 5,000억 이상의 국내 매출과 1억불 이상 수출 달성이 목표다. 내외 시장을 세분화하여 계약재배와 판매, 기존 산지유통과의 실시간 공급망 구축, 유통경로 단순화 작업을 벌이게 된다. 무엇보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도내 과수의 브랜드화와 친환경, 소포장 기술 개발에 주력키로 했다."
-농산물 브랜드가 난립했는데.
"국내 농식품 관련 브랜드는 2011년 기준 5,088개나 된다. 신인도 하락으로 되레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경북도는 22개 시군에서 공동브랜드를 만들었고, 이 가운데 16곳은 관리조례까지 제정했지만 개별 브랜드가 계속 생겨 혼선과 과당경쟁을 빚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도는 '천년의 맛'을 공동브랜드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과수 5대 품목 중 사과부터 통합을 시행하게 됐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경북사과는 전체 농가의 12%에 해당하는 2만4,000여호가 1만9,000㏊를 재배, 전국 생산량의 63.5%를 차지할 정도로 손꼽히는 특산물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 경매가는 1㎏당 1,883원으로 전국 평균(2,295원)보다 400원 밑돌고 있다. 위기에 직면한 사과를 시스템관리 강화로 명성을 찾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거점 산지유통센터건립과 추진 예산 규모는.
"2017년까지 5년간 경북통합마케팅조직 등 경북과수 산지유통 새 판짜기사업에 8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지원 항목은 경북과수 자조금에 106억원을 지원하고, 통합조직 육성에 275억원, 마케팅지원 92억원, 해외시장개척 75억원, 산지유통시설건립 252억원 등이다.
●약력
▲건국대 졸 ▲기술고시 21회 합격 ▲세계농업한마당 기획단장 ▲청송군 부군수 ▲미래전략기획단장 ▲현 경북도 농수산국장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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