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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상승 땐값 더 올리고 하락 땐 절반만큼만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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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상승 땐값 더 올리고 하락 땐 절반만큼만 내려

입력
2013.03.3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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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와 대상 등 독과점 지위의 대형 식품업체들이 설탕, 식용유, 두부 등 주요 식료품을 팔면서 20여 년 넘게 폭리를 취해 온 사실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주도로 이뤄진 국책연구기관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민 생활물가를 구조적으로 안정시키겠다'고 선언한 박근혜 정부의 강경 대응이 예상된다.

31일 농촌경제연구원(KREI)이 1991~2001년 국제곡물 가격과 국내 식료품 가격을 비교 분석해 내놓은 '가공식품 물가의 장단기 변동요인과 대응방안'보고서에 따르면 식용유, 설탕 등의 가격과 생산원가(국제곡물가격ㆍ전력요금 등) 사이에 심각한 비(非)대칭성이 확인됐다. 원가가 상승하면 이를 빌미로 가격을 대폭 올렸지만, 반대 상황에선 원가 하락의 절반 수준만 가격 인하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식용유 업체들은 원재료(대두유) 국제가격이 1% 상승하면 식용유 가격을 평균 0.26% 높였으나, 대두유가 1% 내릴 때는 0.18%만 인하했다.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의 30% 가량을 가로챈 셈이다. 국제 원당 가격이 1% 상승하면 설탕 가격을 0.06% 올렸으나, 반대 상황에선 아예 가격 인하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두부 가격은 원재료(대두)가 1% 오를 때마다 0.05% 올랐으나, 하락할 때는 0.003%만 반영됐다.

독과점 업체들은 판매 가격을 올릴 때마다 마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키웠다. 제분업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했던 2008년 밀가루 값을 곡물가격 상승 분보다 훨씬 높게 인상했다. 이에 따라 밀가루 20㎏ 한 포대(당시 1만8,000원 내외)를 팔 때 챙기는 마진이 전년보다 4,000원이나 많아졌다. 설탕 1㎏를 판매할 때 얻는 이익도 판매 가격 상승과 함께 높아져, 2005년 280원에서 2010년에는 390원으로 치솟았다.

이 장관이 KREI 원장 때 주도해 만든 이 보고서는 "제분, 전분, 식용유 시장은 소수 기업만 참여하는 과점구조여서, (곡물가격 상승기에 업체들이 인상 요인을 흡수하기는커녕) 유통마진을 확대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REI는 이 같은 대형 식품업체의 폭리구조로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밀가루, 설탕 등의 직수입 ▦도소매 유통구조의 개선 ▦저소득층에 대한 식품지원 확대 등을 주문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식품과 농산물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품목의 물가안정을 위해 실태 파악을 통해 과감한 구조개혁 방안을 곧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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