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지만 한미 양국 정부와 군 당국은 신중한 대응 기조로 북 위협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섰다.
북한은 30일 정부ㆍ정당ㆍ단체 특별성명 형태로 '남북 관계 전시 상황'을 선언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성명은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1호 전투근무태세' 돌입을 선언한 이후 후속 조치 차원의 성격"이라며 "새로운 위협이 아니라 일련의 계속되는 도발 위협의 하나"라고 일축했다. 국방부도 당장 도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관측했다. 군 당국자는 "최근 활발해진 북한군 포병ㆍ미사일 부대 움직임은 동계 훈련 막바지 진행되는 판정 검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부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북한이 전면 대결전 선언과 정전협정 백지화, 남북 불가침 합의 폐기, 군 통신선 차단,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 전시 상황 돌입 등 연일 대남 도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이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우리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추호의 허점이 없도록 만반의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오더라도 철저히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호전적 수사를 동원한 북한의 위협은 익숙한 패턴"이라며 "미 본토 지상 요격 미사일 증강 등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미 CNN 방송 인터넷판에서 "아직 전쟁 도발적 수사 이상의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비핵화ㆍ군축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크 피츠패트릭도 "북한이 수사를 세계적 수준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수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최근 미군이 전략 폭격기 B-52와 B-2, 핵추진 잠수함 샤이엔 등 북한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는 비대칭 전력을 공개하며 압박하자 수세에 몰린 북한이 더 과장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차분한 대응은 군사적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한 한미 안보 당국의 전략이기도 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에 우리 군이 일일이 대응해 위기감이 증폭될 경우 국민 불안이나 남남 갈등 같이 북한이 의도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언술을 이행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개성공단 폐쇄까지 언급한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단기 위기 관리 차원에서 충돌을 막고 장기적으로도 북한 정권을 군부가 이끌지 못하도록 군사적 긴장도를 높일 만한 조치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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