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호 고려대 교수가 "아이디어로 사회를 바꾸는 과학자"라며 이상지(60) 이포지션닷컴 CTO를 추천했다.
지난 2011년부터 주소에 샵(#) 표시가 들어간 인터넷 메일이 쓰이고 있다. 아직 크게 활성화하진 못했지만 샵메일 도입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주소에 앳(@) 표시가 들어있는 일반적인 이메일은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샵메일은 송신, 수신 때 모두 공인전자문서보관소에 법적 효력이 있는 유통증명서가 보관된다. 이 유통증명서가 내용증명 같은 역할을 한다. 메일을 보내거나 받아놓고도 발뺌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 서비스가 활발해지면 전자문서 업계에서 더욱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해질 거란 전망이다.
샵메일의 핵심 특허 기술을 발명한 과학자가 바로 인터넷서비스기업 이포지션닷컴의 최고기술경영자(CTO) 이상지 박사다. 10여 년 동안 한 중소기업이 공들여온 아이디어가 비로소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이 박사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수년 전부터 각종 학술대회나 전문가 모임 등을 통해 샵메일이 바꿀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알려왔다. 나 역시 지난 정부 때 지식경제부의 한 포럼의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가졌던 전문가 모임에서 그를 처음 알게 됐다.
이 박사가 내다보는 미래의 모습은 단순한 메일 서비스 변화 차원이 아니다. 최근 정보통신 분야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인 '사물지능통신(Machine to Machine, M2M)'이 바로 그가 꿈꾸는 미래다. 사물지능통신이란 사물에 센서나 통신 기능을 넣어 사물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사물에게 전달하는 새로운 개념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샵메일을 비롯해 원격 차량 진단이나 홈 네트워킹 같은 서비스가 기초적인 단계의 사물지능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지능통신이 더 발달하면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스마트폰이 미리 입력돼 있는 그날의 일정을 스스로 파악해 자동으로 토스트 기계에 아침식사를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다. 이포지션닷컴이 갖고 있는 특허와 아이디어들이 이런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앞으로도 적잖은 몫을 할 것이다.
이 박사는 남들이 다들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연구기관을 박차고 나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10년 넘게 중소기업을 운영해왔다.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이 박사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과학만 잘한다고 사업이 되는 건 절대 아니다. 아이디어를 경제적 가치를 갖는 특허로 만들고, 특허를 현실화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데는 우직한 끈기와 집요한 실행력,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안목 등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이 박사는 예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이런 능력들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이포지션닷컴이 만든 스마트폰 앱 '#나의 대통령'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이 앱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고 글을 입력하면 사진 촬영 장소의 위치 정보가 자동으로 공유된다. 선거운동 장소 등이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도 연계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토론도 할 수 있어 유권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과학자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새 정부 들어 창조경제가 화두다. 창조경제의 핵심 개념 중 하나가 지식재산(IP)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 전쟁이 언론에 노출되기 전까지만 해도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미래는 지식재산 같은 무형자산이 중심인 세상이 될 것이다. 스스로 만든 특허를 지키고 확산시키겠다는 결심으로 이 박사는 석ㆍ박사 학위를 이미 갖고 있는데도 최근 KAIST 지식재산대학원 석사과정에 다시 진학했다. 그가 세상에 내놓을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정리=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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