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접대 의혹' 수사가 방향을 잃고 꼬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은 건설업자와 고위 공직자들 간에 대가성 금품과 향응이 오갔는지가 핵심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지도층인사들의 부도덕한 행태가 과연 사실인지에 대해서도 초미의 관심이 쏠린 사건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추후 확인될 사실여부를 떠나 미리 사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사건 자체가 던진 사회적 충격이 워낙 큰 때문이었다. 경찰이 확보했다고 한 동영상 등과 강한 수사의지로 보아 조속한 진실규명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혀 다르게 진행돼가고 있다. 경찰은 31일에야 의혹의 현장인 건설업자 윤모씨의 별장을 수색했다. 이례적인 내사 발표로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지 거의 두주, 본격수사에 착수한지 열흘만이다. 이 정도면 동영상 원본 등 관련증거가 있었어도 이미 폐기됐거나, 사건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고도 남을 시간이다. 아직 이뤄지지 않은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나 계좌추적 등과 더불어 경찰수사 전반에 대해 의구심과 문제를 제기할 만한 정황들이다.
더욱이 동영상 복사본도 국과수로부터 사실상 판독불가 판정을 받았고, 관련자들도 증언을 번복하고 있어 누가 봐도 수사의 동력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경찰이 새 정부 초기 검찰과의 힘겨루기를 위해 무리하게 과욕을 부렸다는 비판에 반박하기 어려운 처지가 돼가고 있다.
경찰이 사건 초기에 공개한 몇 가지 충격적 사실 만으로도 성 접대 의혹은 국가적으로 반드시 규명해야 할 중대사건이 됐다. 혹여 경찰이 이를 검찰과의 위상 싸움용 정도로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초라한 결과를 내놓을 경우 화살은 몽땅 경찰로 되돌려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검찰도 어떤 식으로든 경찰 수사를 방해하거나 발목 잡는다는 의심을 산다면 가뜩이나 거센 검찰개혁 요구에 더욱 불을 지르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대부분 국민은 검ㆍ경 갈등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주시하는 것은 다만 설득력 있는 분명한 수사결과뿐이라는 점을 경찰과 검찰 모두에게 재차 상기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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