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9일 오전 0시 30분 최고사령부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해 전략미사일 부대의 사격 대기를 지시했다. 김 1위원장이 심야에 최고사령부 회의를 소집하고 북한 언론매체가 이를 신속히 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28일 미국의 스텔스 전략폭격기 B-2가 한반도 상공에서 벌인 훈련에 대한 시위성 대응으로, 대남∙ 대미 도발 위협 공세를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군당국은 이날 "실제 북한의 중ㆍ장거리미사일 부대에서 차량과 병력 움직임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관측돼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1위원장은 이날 긴급 회의에서 "아군전략로케트(미사일)들이 임의의 시각에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작전전구안의 미제 침략군기지들, 남조선 주둔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게 사격대기상태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고 미사일 기술준비공정계획서에 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1위원장은 "미제가 남조선 상공에 연이어 스텔스 전략폭격기 B-2A까지 발진시킨 것은 반공화국 적대행위가 단순한 위협 공갈 단계를 넘어 무모한 행동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B-2 폭격기 훈련에 대해 "핵전쟁을 일으키겠다는 (미국의) 최후통첩"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당국은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장 인근에 차량과 병력 움직임이 활발한 점을 포착, 장거리미사일 엔진 성능 실험 여부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북의 '사격대기 지시'에 대해 "26일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한다는 인민군 최고사령부 성명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스커드ㆍ노동ㆍ무수단 등 단ㆍ중ㆍ장거리미사일에 대한 준비 동향을 정밀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 공군 미그-21 전투기 1대가 이날 오전 서부전선 전술조치선(TAL) 인근까지 접근 비행한 뒤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공군은 KF-16 전투기를 즉각 대응 출격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날 미국과 남한을 위협하는 내용의 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지지하는 평양시 군민대회를 김일성광장에서 열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전했다.
한편 미국의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으로부터의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의 젊은 지도자(김정은 1위원장)가 취해온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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