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모(52)씨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서울 동대문 H상가 분양과정에서 횡령 등 혐의로 고소ㆍ고발된 윤씨를 수 차례 무혐의 처분한 검찰의 수사 과정을 조사 중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검찰 수사를 사실상 검증하겠다는 것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을 검찰이 불허해 다시 불거진 양측의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윤씨가 분양한 상가 피해자들의 고소사건 등을 검찰이 왜 불기소 처분했는가에 대해 살펴보겠다"며 "돈 거래 부분은 검찰이 확인했을 것이고, 우리는 불기소 처분이 된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언급한 사건은 시행사 J개발을 운영한 윤씨가 2003년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H상가 관련 고소고발이다. 윤씨와 J개발 자회사인 P사 관계자들은 분양 당시 피분양자 436명으로부터 1,200만~2000만원씩 약 70억원의 개발비를 받아 횡령한 혐의로 07~11년 사이에 모두 세 차례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2007년 서울북부지검이 조사한 진정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고, 2008년 윤씨 등에 대한 고소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처분했다.
반면, 2008년 12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는 윤씨가 세금계산서를 위조해 개발비 중 17억 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가 피분양자들은 이듬해 5월 2차 무혐의 처분 당시 세금계산서를 진본으로 인정한 검사와 수사관에 대한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냈지만 "진정을 취하하면 재수사를 하겠다"는 검찰 측 요청으로 취하했다.
다시 고소가 이뤄졌지만 2011년 12월 서울중앙지검은 "일부 횡령 혐의가 있어 보이나 2003년부터 공소시효 7년이 만료됐다"며 또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같은 해 2월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혐의에 대한 고발도 서울중앙지검은 "사문서 무형위조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각하했다.
피해자 대표 김모씨는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했으면 윤씨는 이미 횡령죄를 선고 받았을 것"이라며 "검찰은 재수사를 약속하고도 1년 6개월 넘게 시간을 끌다 결국 공소시효 만료로 수사가 종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수사 기록을 가져다 보겠다는 의도인가" "이런 방식의 수사는 전례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의 출국금지 재요청 여부도 갈등의 불씨다. 경찰 관계자는 여전히 "출국금지가 필요하고 상당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경찰이 명확한 혐의점을 찾지 못하는 한 또 불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비교를 하는데 원 전 원장은 고발장이 접수돼 출국금지된 것이며, 김 전 차관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출금을 요청했던 10여명 중 성 접대 의혹 동영상 원본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5∼6명이 출금 조치됐다고 밝혔다. 이들 중에는 50대 여성사업가 A씨가 지난해 12월 윤씨에게 빌려줬던 외제차를 회수해 달라고 부탁한 박모씨, 실제 차를 가져온 박씨의 운전기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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