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 박모(26)씨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생계형 알바족'이다. 편의점, 약물 생체시험에 참가하는 '생동성 알바' 등 안 해본 알바가 없다. 재작년에는 편의점에서 시급 3,500원(당시 최저임금 4,320원)을 받고 일하다 취객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지금은 학기 중에 틈틈이 논술첨삭 등 단기 알바를 하며 월 30만원 정도를 번다. 밥값 16만원, 교통비 5만원, 통신비 4만원을 제하면 용돈으로 쓸 돈은 5만원이 전부다. 자취방 월세는 부모님 도움을 받는다.
#자취를 하는 대학 4학년 김모(24ㆍ여)씨는 학업을 병행하며 교내 아르바이트로 버는 40만원으로 생활비를 감당한다. 집세(대학생 전세자금지원금 이자)와 관리비 등 20만원을 제한 나머지로 밥값, 통신비, 교통비를 감당해야 한다. 김씨는 "알바(주당 19시간) 때문에 여유 시간이 없고 체력이 달려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며 "학업이 주가 되어야 하는 학생임에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월 40만원에 학업을 저당잡힌 것이다.
과거 학생들의 용돈벌이 성격이 강했던 아르바이트는 갈수록 '누군가의 밥줄'이 되어가고 있다.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음에도 학업이나 가사 때문에, 또는 상용직 일자리가 없어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은 알바만으로 생계를 감당해야 하는 사례가 느는 것이다.
알바의 생업화는 최근 각종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향이다. 아르바이트 정보 사이트 알바천국이 매년 2,000여명의 구직자를 상대로 실시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왜 알바를 하느냐"는 질문에 "생활비 때문"이라 응답한 비율은 2010년 조사에서 26.4%, 2011년 조사에서 22.5%였다. 그러나 지난해 조사에서 이 비율은 37.2%로 급증했고, 올해 2월 조사에는 48.1%로 늘었다. "용돈 마련을 위해"(33.5%)라는 응답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중장년층의 아르바이트 참여도 부쩍 늘었다. 인터넷 알바 구직사이트 '알바천국'에 회원으로 등록한 가입자 중 40세 이상은 2010년 3만 2,001명에서 지난해 6만 9,291명으로 2.2배 늘었다. 같은 기간 40세 미만 가입자는 1.8배 증가했다.
아르바이트 채용 사이트 알바몬의 안수정 과장은 "최근 2, 3년 새 생계형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났다"며 "고용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정규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고 평가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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