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상을 '아름답다'라고 판단하는 미의식은 사회구조와 정신에 영향 받게 마련이다. '신 앞에 똑같은 인간'이란 생각 때문에 중세 기독교 그림에서 원근투시법이 없는 것처럼, 시공간 개념이 뒤틀린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이 공간분할을 통해 시간까지 탈구시키는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말이다. 서구의 사고방식으로 동양화가 서양화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당연할 터, 그렇다면 '동양의 미'를 잘 보기 위해서는 동양의 사회구조와 정신을 알아야하지 않을까.
베이징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가 유교, 불교, 도교 등 동양 사상을 통해 서구와 구별되는 동양 미학을 설명한다. 서구 사고방식에 젖은 현대 독자들을 위해 친절히 동양 사상의 주요개념을 서구 철학자들의 개념과 비교하기도 한다. 동양 미학의 핵심인 '생명초월의 정신'은 주체와 대상 경계가 사라진 물화(物化)의 경지에 있다는 게 요지다. 쉽고 평이한 해설이 돋보이지만, 서구 미학을 주체와 대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수준이라 평가절하하며 중국미학을 은근히 칭송한다는 점에서 중화의식이 남아있다. 신원봉 옮김. 알마ㆍ648쪽ㆍ3만2,000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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