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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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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보인다

입력
2013.03.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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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당 지급이 중단될 정도로 경기도가 재정위기다. 경기 성남시는 이미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강원도는 파산직전이다. 정부의 지원확대가 없다면, 여타 지방자치단체도 무상보육 지급마저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1997년 IMF 사태 직전 상황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당시엔 대통령이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모르고 정책을 운용하다 국가적 참사를 가져왔다. 즉, IMF 때에는 정부로부터 위기가 시작되었고, 지금은 지방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는 국가 모든 부문의 구조조정 의지를 무력화시켰다. 지자체는 대출의 늪에 빠져있다. 지방마다 민자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무리한 사업들을 빚으로 꾸려왔다. 고속도로를 비롯해서 소도시 골목길 하수관거 공사까지 외상으로 했다.

외환위기 때 다짐하던 지자체의 구조조정 각오는 망각한 지 이미 오래다. 지금은 정부가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처지도 못 된다. 그렇다고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산층은 붕괴되어 가고, 저축보다 대출을 선호하게 된 가계는 저금리의 단맛을 끊지 못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까지도 저금리의 달콤함에 길들여지고 있다. 3개월 무이자 소비패턴이 흔하다. 쫓기듯 소비하고 빚에 대한 위험도 무감각해져 가는 형국이다.

소득은 늘지 않고 물가 뛰는 일이 계속된다면 아무래도 구매력은 바닥을이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방재정은 덩달아 악화할 것이다. 지방공무원을 대폭 줄이고 구조조정을 과감히 하지 않는다면, 그리스 위기가 우리에게도 올 수 있다.

정부도 문제다. 재정 상태를 고려치 않고 행복테마로 복지예산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재원 마련 없이, 인기정책만 남발하다간 결국 저금리에 기대어 고작 국채발행을 해법이나 되는 양, 들고 나올게 뻔하다. 그게 국가 모라토리엄에 한발 더 다가가는 길이라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지도자의 위기 인식이 중요하다.

소비가 줄고 정부 신뢰가 무너지면, 경제 위기는 더 빨리 찾아 올 수 있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대기업들만은 사상 초유의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기업이 돈을 버는 동안, 중소기업과 서민, 지자체, 그리고 정부는 오히려 가난해졌다. 이 과정에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금가고 있다.

경제의 기초는 인간관계의 신뢰에 있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인사정책의 실패는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준다. 70년대식 정치방정식에만 능한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복잡해진 경제방정식을 잘 풀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지금의 인사 참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불신차원을 넘어서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또 다시 찾아온다면, 장롱 속에 간직하고 있던 금반지를 내놓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참에 ‘경제정의’를 새롭게 내세워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경제위기의 예방도 되고 치료방법도 될 것이다.

실천 불가능하며 공허한 구호인 ‘경제민주화’란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고 ‘경제정의’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재벌이라는 소수를 다수의 인기에 영합하여 공격대상으로 삼는 ‘경제민주화’는 성공하기 힘들다.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유도하는 그릇은 역시 ‘경제정의’란 단어가 제격이다. ‘경제민주화’와 같이 그릇이 위험하면 담길 내용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남들이 ‘경제민주화’라 하니까, 너도나도 ‘경제민주화’ 하자고 유행처럼 따라 하기 전에 실체가 무엇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인식’이 바로서지 않으면 수많은 ‘방법론’도 무용지물로 끝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행복은 지원금 많이 준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그리고 경제는 절대로 민주화가 될 수 없다. 국가의 법과 원칙이 바로 서고, 지도자급의 행실이 모범적이면, 이런 것들이 오히려 국민에게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을 줄 수가 있다. 그리고 경제정의가 확립된 사회에서는 노력에 의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있기에, 경제위기가 오더라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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