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가 28일 성목요일 세족식에서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들의 발을 씻겨주는 파격행보를 이어갔다. 세족식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전날인 성목요일에 열두 제자와 최후의 만찬을 갖기에 앞서 그들의 발을 씻겨준 것에서 유래된 의식이다. 가톨릭은 그러나 예수의 열두 제자가 모두 남자였다며 그 동안 세족식에 여성을 배제해왔다.
교황이 이날 이탈리아 로마 카살 델 마르모 소년원에서 거행한 세족식에는 여성 재소자 2명과 함께 무슬림과 그리스정교회 신도가 참여했다. 교황은 무릎을 꿇고 열두 명 원생들의 발을 씻겨준 뒤 입을 맞추었다. 발에 입을 맞춘 교황은 각각의 원생들과 직접 눈인사를 하며 하느님의 강복(降福)을 빌었다. 세족식에 참여한 원생 대부분은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교황은 세족식을 거행하기 위해 소년원으로 떠나기 앞서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주교와 사제들에게 신도들의 삶을 보살펴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특히 사제들에게 출세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가난한 자와 고통받는 자들을 돕는 데 헌신하라고 촉구했다.
AP통신은 “역대 교황들의 성목요일 세족식은 주로 사제들을 대상으로 성당에서 이뤄졌다”며 “일부 원리주의자들의 반대가 있지만 전 세계는 지금 새 교황의 포용력에 환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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