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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정에 선 소말리아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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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정에 선 소말리아 청년

입력
2013.03.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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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의 형사법원에 아프리카계 청년이 섰다. 20대 초반인 마흐디 하시의 혐의는 테러단체 알샤바브 지원 및 자살폭탄 훈련. 그러나 그는 "영국 정보국이 나에게 테러리스트 누명을 씌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소말리아에서 태어난 하시는 6세 때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다. 평범한 학생이던 그에게 영국 국내정보국(MI5)이 접근한 것은 16세 무렵. 하시의 가족은 MI5가 그에게 스파이 활동을 요구하며 집요하게 괴롭혔다고 전했다. 하시의 아버지는 "그들은 아들에게 '네가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으면 테러리스트로 체포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CNN방송에 폭로했다. 하시는 계속된 MI5의 압박을 피해 2010년 고향인 소말리아 모가디슈로 돌아갔다.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아 자리를 잡는 듯 했던 그는 이듬해 12월 갑자기 사라졌다. 가족이 사방에 수소문 했으나 하시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지난해 7월 영국 내무부로부터 하시의 영국 시민권을 박탈한다는 내용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보안기관으로부터 당신이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에 연루돼 있다는 내용을 보고 받아 시민권을 박탈한다"고 쓰여 있었다.

망연자실한 가족 앞에 하시가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5개월 후, 엉뚱하게도 뉴욕 법정에서였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다른 2명의 용의자와 함께 법정에 선 하시가 "아프리카에서 테러 훈련 후 알샤바브와 함께 테러활동을 하다 8월 현지 경찰에 체포돼 FBI에 인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시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자신이 6월 소말리아 옆 지부티의 한 시설에 감금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바로 옆에서 동료들이 얻어 맞고 전기 고문을 당하는 가운데 자신 앞에 놓인 것은 자백서에 사인하든지 고문을 당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뿐이었다는 것이다.

하시의 변호사는 "그가 미국으로 송환되기 직전 영국 시민권을 박탈 당한 것과 미국이 그를 임의로 송환해 재판한 것 모두 이의제기가 가능하다"며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소말리아인 2만명을 미국 재판대에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시가 실제로 테러리스트인지 아니면 테러 노이로제에 걸린 서방국의 희생양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시는 현재 영국 시민권을 회복하기 위해 소송 중이다. 하시의 어머니는 "이주할 때 우리를 반겨주던 그들이 이제는 우리를 잡아들이고 있다"며 "내 아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당면한 문제"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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