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가까웠지만, 서울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로부터 소외된 경기도 수원시에 한국전쟁 직후 독일의 한 수녀회가 '성 빈센트 병원'을 세웠다. 이 병원은 손잡이 하나까지도 모두 독일에서 공수해 왔다. 그리고 병원은 무료 진료소로 문을 열었다. 무료진료소는 1967년 11월에 시작하여 국가에서 의료보호제도를 시행한 78년 11월까지 꾸준히 환자를 맞았다. 이 정신은 지금도 이어진다. 대학에 부속된 병원 중 하나로 3차 병원이 될 모든 조건을 갖추었지만 2차 병원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환자들에게 병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함이다.
EBS가 29일 저녁 9시 50분에 방송하는 '명의'는 카톨릭의대 성빈센트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폐암 센터를 방문해 소리 없는 질병으로 불리는 폐암에 대해 알아 본다. 흔히 침묵의 장기는 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간 못지않게 침묵하는 장기가 있다. 바로 폐다. 폐암은 그 상태가 아주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환자에게 아무런 힌트를 주지 않는다. 다른 장기에 가려있는 폐의 특성 때문에 건강검진 때 흔히 시행하는 X레이로는 진단도 어렵다. 또 목이 쉬거나 기침이 나거나 하는 자각 증상은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도 쉬워 다른 치료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런 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성 빈센트 병원에서는 1996년부터 대학동기생이었던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 의사 3명이 모여 처음 협진을 시작했다. '센터'나 '협진'이라는 이름조차 국내 의료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때였다. 이어 1999년에는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핵의학과까지 협진을 시작하며 폐암 센터로 가는 길을 닦았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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