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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도 몰랐던 아들 서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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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도 몰랐던 아들 서울행

입력
2013.03.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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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전 수원 감독), 최용수(FC서울 감독), 차두리(FC서울)는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스타다. 차범근-차두리는 부자, 차범근-최용수는 사제, 최용수-차두리는 '방장-방졸' 관계로 얽혀있다. 차두리가 국내 무대로 돌아오면서 이들의 남다른 인연이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 27일 차두리 입단 기자회견에서 최용수는 차두리와의 친분을 가감 없이 과시했다. 그는 사진 취재 요청에 불쑥 차두리의 민머리부터 쓰다듬으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둘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방장-방졸'로 함께 생활하며 4강 신화를 썼다. 친형제와 다름없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로 인해 차두리는 '최용수 감독'이라는 호칭이 아직 낯설다. 차두리는 "형, 형 했는데 감독이라고 하려니 입에 잘 붙지 않는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차두리와 최용수는 이제 사제지간이 됐다. 사실 차두리가 서울행을 결정짓는데 아버지 차범근보다 최용수의 진심 어린 조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차두리는 "굳이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얼굴 표정만 봐도 감독님의 기분을 안다. 같은 방을 썼고, 당시 감독님의 컨디션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분위기 전환이나 마케팅 측면이 아니라 진실되게 저라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에 서울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조차 아들의 서울행을 뉴스를 통해 알았을 정도다. 차두리는 "서울행을 결심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집에 갔는데 아버지가 '왜 왔냐, 언제 왔냐'하며 저를 보고 놀랬다. 아버지의 조언 없이 전적으로 제가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차두리가 서울을 택하면서 서울-수원의 슈퍼매치는 한층 더 뜨거워지게 됐다. 차범근이 서울의 라이벌인 수원 감독을 했던 터라 미묘한 기운이 더해졌다. 차두리는 "서울이 지난해까지 수원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올 시즌에는 꼭 이기겠다"며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차범근이 가장 아끼는 제자가 바로 최용수다. 차범근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지휘봉을 잡았을 때 최용수가 간판 스트라이커였다. 최용수는 월드컵 예선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본선 진출을 이끌었고, 차범근에게 가장 든든한 선수였다. 둘의 관계는 월드컵 이후에도 계속됐다. 차범근은 지난해 최용수가 사령탑으로 첫 우승하는 현장에 나타났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가장 먼저 축하를 건네기 위해 한 걸음에 그라운드까지 내려갔을 정도다. 차두리가 최용수의 품에 안겨서 차범근은 내심 든든해하고 있는 눈치다. 차두리가 사생활 문제 등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부분까지 최용수가 보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축구계 이슈를 몰고 다녔던 차 부자와 최용수가 이번에는 한국 축구계에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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