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 수사 시스템 개선을 위한 기관 간의 입장 차도 크다. 검찰 측은 금융위원회 등에 특별사법경찰권이 부여돼야 한다는 의견을 타진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신중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법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과 함께 시세조종 및 주가조작 등 각종 증권범죄 수사 시스템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가조작범죄 엄단' 주문에 따른 대책회의다.
회의에서는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금융위 등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특별사법경찰은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 관계 공무원에게 예외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산림보호 출입국관리 소방업무 위생단속 등 업무를 맡고 있는 국가ㆍ지방공무원(4~9급)을 대상으로 검사장이 관할 기관장의 추천을 받아 지명한다.
지금까지 주가조작 사범 등에 대한 수사는 ▲거래소 심리 ▲금감원 조사 ▲금융위 수사의뢰 ▲검찰 수사 등의 단계를 거쳤지만, 이 과정에서 수사가 지연되거나 기밀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감원 등이 물증을 확보해도 수사권이 없다보니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 해결책으로 금융감독기관에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현재 공무원이 아닌 신분으로 특별사법경찰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운항 중인 선박과 항공기의 선장ㆍ기장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등으로 한정돼 있어, 민간기구인 금감원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 등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특별사법경찰을 관할지역 검사장이 지명하고 검찰의 지휘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금융위원회의 위상 추락 ▲민간기구인 금감원의 공무원화 등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법무부, 금감원 등과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 사항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검찰로부터 아무런 제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무원인 금융위 직원에 특별사법경찰 지위를 부여해 주가조작 사범 조기 적발 및 처벌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 경우 금융위로서는 검찰(법무부)과의 관계가 기관 대 기관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는 관계로 변화하기 때문에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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