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13 F/W 서울패션위크] 무채색·심플한 디자인… 파격 대신 '실용'을 입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13 F/W 서울패션위크] 무채색·심플한 디자인… 파격 대신 '실용'을 입다

입력
2013.03.27 14:42
0 0

경기 침체의 장기화가 패션 디자이너들의 보수화로 이어진 것일까. 올 가을/겨울 한국 패션계는 차분한 무채색과 간결한 디자인의 실용적인 의상이 주가 될 전망이다. 25일 개막한 2013 춘계 서울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들은 과도한 장식 대신 소재 본연의 가치를 살리는 차분한 디자인으로 런웨이를 장식했다.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패션 축제는 신진부터 정상급까지 아우르는 디자이너들이 준비한 75회의 패션쇼로 꾸며진다. 이번 행사는 향후 민간이 주도하는 패션위크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여의도 IFC서울에서 열리는 서울시 주최 패션쇼 외에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회장 이상봉) 소속 디자이너 26명이 마련한 한남동 블루스퀘어 행사가 함께 펼쳐지는 게 특징이다.

절제된 디자인…파격 대신 실용성

25, 26일 패션쇼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무채색의 활용이었다. 행사 초반이기는 하지만 상당수의 디자이너들이 검정색을 기본 색상으로 사용해 세계 패션계의 핵심 트렌드로 떠오른 '블랙&화이트'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검정색과 아이보리색 등 무채색을 중심으로 카키, 버건디 등 따뜻한 느낌을 주는 색을 자연스럽게 함께 매치하거나 채도 강한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의상 등이 눈에 띄었다.

홍혜진(더스튜디오K)은 도회적인 감성과 아방가르드의 조화를 콘셉트로 하는 기존의 패션 철학에 실용을 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혜박, 진정선 등 정상급 모델들은 밑창을 고무 소재로 두껍게 덧댄 구두인 클리퍼 슈즈에 양말을 신은 편안한 느낌으로 캣워크에 올랐다. 울과 실크는 물론 여우와 라쿤 등의 모피까지 다양한 이질적 소재를 자연스럽게 믹스매치(mix-and-match)한 재치가 돋보였다. "심플한 의상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의상을 만들기 위해 라인은 단순하게 가되 소재와 색상의 균형이 맞는 포인트를 살리고자 했다"는 게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박윤수(BIG PARK)는 검정색을 기본으로 활용하면서도 아래로 갈수록 퍼지게 해 잘록한 허리선을 강조한 핏앤플레어(fit&flare) 라인으로 여성성을 놓치지 않았다. 바이커 재킷과 풍성한 볼륨을 강조한 풀 스커트를 함께 입은 착장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돌 그룹 애프터스쿨 멤버 유이의 모델 못지않은 능숙한 워킹도 눈에 띄었다.

꿀벌에서 영감을 얻은 이석태(KAAL)의 의상은 장식을 줄이고 볼륨감을 준 90년대 스타일의 트렌드를 많이 적용했다. "그간 유행했던 몸에 잘 맞게 재단된 의상에서 벗어나 오버사이즈 실루엣으로 강렬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디자이너의 말처럼 바이커 재킷과 후디(모자 달린 캐주얼 상의), 스웨트 티셔츠 등 활동성이 두드러지는 옷을 이색적인 프린트와 기발한 스타일링으로 감각 있게 표현했다. 소재의 혼재도 두드러져 니트, 가죽, 울, 실크 등을 함께 사용한 의상도 등장했다.

패션쇼 관람 차 방한한 장 피엘 모쇼 프랑스 프레타 포르테 연합회(FFPAF)회장은 "최근 한국 디자이너들의 소재를 선택하는 감각이 부쩍 좋아져 전반적인 디자인 수준도 함께 향상된 느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화 거듭하는 한국의 남성복

최근 몇 년 새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의 남성복 디자인은 이번 행사에서도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모쇼 회장은 "한국의 남성복은 디자인이 훌륭한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까지 감안한다면 유럽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문수(MUNSOO KWON)의 의상은 생동감 있는 색상과 위트 넘치는 디테일로 '키덜트(kid+adult)'라는 주제를 경쾌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2013 가을/겨울 트렌드인 무채색을 겉옷에 사용하되 빨간색, 흰색 등을 액센트 색상으로 쓰고 스웨트 티셔츠 등 스포츠 웨어의 디테일을 활용해 모던과 클래식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권문수의 쇼를 관람한 뉴욕 패션위크의 창시자 펀 말리스는 "색색의 토글단추를 단 재킷 등은 국적을 따지지 않는 패션계에서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의상이면서도 디자이너 고유의 개성도 함께 담긴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와 한남동, 이원화된 패션 축제

서울시가 주최하는 공식 행사와 더불어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가 여는 '2013 가을/겨울 서울컬렉션 블루스퀘어'는 이영준 장광효 고태용 등 남성복 디자이너 7인의 패션쇼와 함께 26일 개막해 30일까지 이어진다.

26일 무대를 장식한 남성복 디자인에서는 그간 남성복 정장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이채로운 스타일이 등장했다. 어깨에 패드를 넣어 부풀린 재킷을 선보인 장광효(CARUSO)는 테일러드 칼라가 달린 조끼와 니트 스웨터, 재킷과 재킷, 재킷과 코트를 겹쳐 입는 다양한 레이어드 스타일을 무대에 올렸다.

고태용(beyond closet)의 컬렉션은 햄버거 가게의 문을 여는 오프닝으로 열어 자유로운 감성을 강조했다.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풀오버 니트와 더플코트, 오버사이즈 롱코트, 자수가 새겨진 야구 점퍼 등이 등장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