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관광성 해외연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 지방의회가 경기 불황과 북한의 도발 위협 등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쟁적으로'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고 있다. 지방의회는 해외연수를 통해 모범사례를 접목, 행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수일정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관광 등으로 짜여 주민들로부터 혈세낭비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27일 충남 아산시의회에 따르면 다음 달 4일부터 12일까지 시의원과 의회사무국 직원 등 18명이 7박9일 일정으로 유럽 연수를 떠난다. 방문지는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 등이다. 의원들은 공용자전거시스템을 살펴보고,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와 정책교류를 위한 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그러나 1인당 여행경비가 300만원에 이르는 연수는 2∼3개의 현지 공식일정을 제외하면 여행사의 패키지 관광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아 외유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의원들은 프랑스에서 유람선을 탑승하는 것을 비롯해 에펠탑 전망대,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거리 등 관광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2박3일 일정으로 스위스 융프라우 산악열차를 탑승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 및 프랑크푸르트 시내관광도 할 예정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현지에서 MOU 체결 일정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며 "해외연수를 통해 많은 지식을 담아와 국내 실정에 맞는 의정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변명했다.
예산군의회는 다음 달 22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일본 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의원들은 장애인ㆍ노인복지 시설과 친환경 농가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정의 대부분이 온천관광으로 구성돼 빈축을 사고 있다.
홍성군의회 의원 8명은 지난 12일부터 5박7일 동안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의원들은 베트남 화훼단지와 싱가포르 친환경 물 처리시설, 도시계획관을 둘러 본 뒤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관광을 즐겼다. 때문에 사실상 주민혈세로 관광을 다녀왔다는 비난을 받았다.
충북 시ㆍ군 의회를 대표하는 의장단협의회 18명은 27일 필리핀 해변으로 연수를 떠났다. 이들은 31일까지 필리핀의 유명 바다 휴양지인 보라카이를 돌아볼 예정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2년마다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연수"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일정 상당부분이 섬 일주, 세일링보트 탑승, 조랑말 트래킹, 황제 진주 마사지 등 일반 관광 프로그램과 대동소이해 관광성 외유 논란이 뜨겁다. 또한 1인당 140만원씩 모두 3,900만원에 이르는 비용 문제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시민들은 바다가 없는 충북도가 바다휴양지 관광인프라 개발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발상부터 어이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 소속 의원 8명도 지난 24일 베트남으로 5박6일 일정 연수를 떠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들의 연수 일정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하롱베이와 호치민박물관 견학, 베트남전 땅굴 체험 등으로 이뤄졌다. 의원들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현대건설과 남광토건 공사 현장 방문 일정을 슬그머니 추가했다. 의원들이 방문키로 한 하노이~하이퐁간 고속도로와 따호따이 신도시 건설현장은 소요시간이 2시간에 불과해 꼼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산군 주민 김모(43)씨는 "재정자립도가 13.8%에 불과한데 의원들은 해외관광에 혈안이 되어 있다"며 "혈세를 호주머니 돈으로 착각하는 기초의원들의 발상이 한심하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이준호기자 junhol@hk.co.kr박은성기자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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