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은 트였지만 머리 속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최강희호'는 26일 카타르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승리하면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밝혔다.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답답함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가 뻔히 수비 전술을 펼치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한 마디로 상처뿐인 영광이였다.
카타르전에서 한국은 공격과 수비 모두 불안했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구사한다는 최강희 감독의 지향점은 방향을 잃었다. 오히려 '뻥 축구'로 회귀했다는 비판까지 뒤따랐다. 미드필더 이청용(볼턴)도 "우리의 색깔을 드러내지는 못한 경기"였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수비도 문제지만 공격 전술의 부재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최강희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계속해서 공격 조합에 변화를 줬다. 꾸준한 활약상을 보인 이근호(상주상무) 외에는 공격 자원이 경기마다 바뀌었다. 카타르전에서는 김신욱(울산)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투입하는 '파격'을 택했다. 하지만 196㎝의 장신 스트라이커를 활용한 공격의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롱패스 위주의 경기가 전개되면서 창의적인 플레이가 실종됐다. 한국은 슈팅 수 12-2로 우위를 점했지만 효율적인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다. 또 10개의 코너킥이 똑 같은 패턴으로 향하다 보니 전혀 위력적이지 않았다.
최 감독은 6월의 최종 예선 3경기에서 새로운 공격 조합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전의 영웅 손흥민(함부르크)이 대표팀 부진의 터널에서 탈출하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넣은 손흥민은 "득점을 계기로 선수들과 보다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 동안 대표팀에서 위축된 게 사실인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박주영(셀타 비고)과 김보경(카디프시티) 등이 다시 합류할 것으로 보여 공격 전술의 해법 찾기는 또다시 원점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포백 수비 라인도 위태롭기는 매한가지. 한국은 후반 15분 이근호의 선제골 이후 3분 만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카타르의 단 한 차례 역습에 수비 라인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 수비수의 협력 수비가 원활하지 않았고, 좌우 측면 수비수도 공수의 밸런스를 잡아주지 못했다. 최대 약점인 측면 수비 구멍을 해결할 적임자로 박원재(전북)와 오범석(경찰청)이 꼽혔지만 어중간한 플레이로 일관하면서 흐름을 끊었다. 한국은 최근 A매치 6경기에서 무려 11실점을 헌납하고 있다. 허술한 한국 수비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는 수치다.
최강희 감독은 카타르전 승리 후 "본선을 위해서는 공격이나 수비진을 리빌딩하면서 젊은 선수를 발굴하고 기용해야 한다. 평가전에서 매번 2, 3명씩 새로운 선수를 불러 실력을 확인하고 있다. 본선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수 양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최종 예선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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