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백이 계속 우세를 유지해 왔는데 이번 보에서부터 갑자기 바둑의 흐름이 이상해졌다. 상변에서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얼핏 보기에 상변 흑 석 점이 아무 뒷맛도 없이 고스란히 잡힌 것 같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다. 앞 장면에서 귀중한 선수를 넘겨받은 최철한이 1부터 5까지 선수한 다음 얌전히 7로 집 모양을 만든 게 수상전의 맥점이어서 과연 어느 쪽이 잡힐 지 싸움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렇게 된 이상 서로 수를 조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 와중에서도 박영훈이 먼저 8로 먹여친 다음 9 때 10으로 단수 친 게 정교한 수순이다. (11 … 8) 평범하게 백9로 내려서서 흑8로 받게 하는 것보다 실전처럼 두는 게 백이 패싸움을 이겼을 경우 흑돌의 사석이 한 개 더 늘어나기 때문에 두 집 정도 이득이다.
이어 12가 약간 이상해 보이지만 지금 백의 입장에서는 이 수가 최선이다. 그냥 1로 내려섰다간 2, 4를 선수 당해서 '유가무가'로 백이 잡힌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흑이 13, 15를 선수한 후 17로 바깥수를 조이자 백18로 먹여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상변에서 엄청나게 큰 패싸움이 벌어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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