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다코다주(州)가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임신 6주 이후에는 낙태를 금지토록 했다. 사실상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 것으로 미국 내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이어서 위헌 논란이 뜨겁다.
잭 댈럼플(공화) 주지사는 27일 태아의 심장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시기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의학계에서는 이 시기가 빠르면 임신 6주부터라고 본다. 앞서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자 여성단체 등이 이날 집회를 열고 "주지사가 법안을 거부해야 한다"고 반발했으나 소용없었다. 이달 초에는 역시 공화당이 장악한 아칸소주 의회가 복부 초음파로 외부에서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임신 12주 이후의 중절수술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에는 미국 내 가장 강력한 낙태금지 규정이었으나, 3주 만에 두 배 강한 법이 도입된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소송에서 임신 24주(6개월) 이전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게 되는 시기를 기준으로 낙태가능 시한을 정한 것이다. 이 판결은 미국 헌법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판결 중 하나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부분의 법학자들이 노스다코다의 법률이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어긴 위헌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출산권리센터는 "위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은 그럴 경우 낙태권리를 다시 심리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NYT는 "연방대법원의 재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낙태 옹호론자들이 희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연방대법원의 개입이 없으면 노스다코다의 낙태금지법은 8월부터 시행된다.
노스다코다에서 유일하게 낙태시술을 제공하고 있는 레드리버 여성 클리닉의 태미 크로메네커 국장은 "과거에는 여성들이 낙태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장애물을 만드는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낙태를 금지하자, 대법원에 대항하자'라고 노골적으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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