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천탑(千佛千塔)의 전설이 깃든 전남 화순 운주사(사적 제312호)의 석불들이 몸체가 금이 가고 표면이 깎이는 등 심각한 풍화 훼손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오랜 풍화작용으로 몸체 일부가 떨어져 나간 석불에 시멘트를 바르는 등 원형 복원 작업도 엉터리로 이뤄진 게 많아 문화재 보존관리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선대 강성승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7일 공개한 화순 운주사 석조문화재 풍화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운주사 불상 70여기에 대한 풍화 상태를 살펴봤더니 대부분이 바람에 의해 표면이 깎이고 몸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등 심각한 풍화 현상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강 교수팀은 불상 1기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뒤 저주파 결함 탐지기를 활용해 풍화 현상을 살펴본 결과, 석불 전체 영역의 평균 풍화지수는 0.33으로 보통 풍화로 나타났다. 풍화지수는 1을 기준으로 수치가 낮을 수록 풍화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석불의 왼쪽 얼굴 쪽이 1㎝ 이상 패이는 등 풍화 정도가 매우 심한 부분이 여러 곳 관찰됐다. 실제 석불의 왼쪽, 오른쪽을 120차례씩 나눠 측정한 결과, 왼쪽 영역은 풍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신선 부분' 12회, '다소 풍화' 7회, '보통풍화' 15회, '상당한 풍화' 46회, '완전풍화' 40회로 나타나 왼쪽 전 영역의 72%가 심각한 풍화현상을 겪었다. 오른쪽 영역은 '신선 부분' 44회, '다소 풍화' 22회, '보통풍화' 20회, '상당한 풍화' 25회, '완전풍화' 9회로 나타나 왼쪽보다는 풍화가 덜했지만 마찬가지로 풍화현상을 보였다.
석불 전체 영역의 평균 풍화지수는 보통이지만 일부 풍화가 심한 부분을 따라 파괴가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운주사 석불의 경우 화산석인 응회암질 유문암으로 만들어져 풍화에 매우 약한 데다 석불 일부가 떨어져 나갈 경우 이탈 부분의 2차적 풍화작용이 급속히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풍화에 취약한 부분에서부터 균열 전파가 진행되고 풍화 또한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석불의 상황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풍화작용 등으로 인해 파손된 석불에 대한 복원작업도 엉터리로 이뤄져 문화재 훼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 교수는 "석불 몸체 일부가 떨어져 나간 곳을 시멘트로 메우거나 석불의 암석 재질과 다른 돌로 복원을 해놓는 등 복원작업 실태를 보고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운주사는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매우 귀중한 가치가 있는 석조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기술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 논문을 28일 서울대 호암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한국암반공학회 학술발표회에서 공개한다.
■ 운주사
운주사는 실제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1,000개의 석불과 1,000개의 석탑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각양각색의 석불과 석탑이 산과 들, 바위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 세워져 있다. 특히 산중턱에 벌렁 드러누워 있는 2개의 와불(臥佛)과 버섯모양의 둥근 돌을 쌓아 만든 원형다층석탑, 돌집 안에 두 개의 석불이 등을 대고 앉아 있는 석조불감 등은 다른 사찰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화순군은 운주사의 이 같은 독특함과 다양성을 내세워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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