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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봄은 땅속으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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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봄은 땅속으로부터 온다

입력
2013.03.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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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우리 사람을 포함하여 생물들이 살아가기 힘든 계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봄을 그렇게 기다리고 또 봄을 희망의 대명사로 인식하곤 한다. 그런 봄이 지금 우리 곁에 와 있다. 아니 이미 많이 진행되어 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봄을 희망의 계절로 인식해서인지 우리는 흔히 봄을 화려한 봄꽃으로 인식하고 느끼려고 한다.

봄은 생물들에게서 살기 힘든 겨울동안 멈춰졌거나 느려졌던 생명활동이 활발하게 다시 시작되는 시기다. 그것은 주변 환경, 특히 온도 변화와 함께 시작된다. 토양은 그 속은 물론 표면조차도 대기보다는 온도가 높기 때문에 봄에 다시 시작하는 생명활동은 땅속에서 먼저 시작된다.

고로쇠나무의 지상부에서는 어떤 반응도 감지되지 않지만 그 나무의 뿌리는 고로쇠 수액을 뿜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는 더 흔하게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봄나물들이다. 냉이가 대표적이다. 냉이는 봄에 일찍 꽃을 피워 여름에 종자를 맺고 그것을 땅에 떨어뜨린다. 그것은 바로 발아하여 싹을 틔우고 장미꽃 모양으로 잎을 배열한다. 이때쯤 겨울이 온다. 그러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땅에 바짝 엎드려 겨울을 지낸다. 이때 내년에 꽃대를 내어 꽃을 피울 겨울눈은 작은 잎으로 에워싸 영상의 온도를 유지하게 한다. 잎을 희생하여 꽃눈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잎은 지면에 몸을 붙인 상태로 겨울을 나며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추운 겨울동안 얼어 죽을 위험도 있지만, 봄이 왔을 때 빨리 반응함으로써 다른 생물들보다 일찍 생명활동을 시작하여 꽃을 피워내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이러한 전략을 쓴다. 봄에 온도가 상승하여 뿌리로부터 생명활동이 시작되면 그 힘을 받아 땅바닥에 붙어 있던 잎들은 몸을 들어 올리며 지면과의 각도를 벌린다. 빛을 많이 받아내기 위한 준비이다. 이러한 생명활동은 꽃이 피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어 꽃을 피울 때 필요한 에너지를 모은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모여 꽃을 피우게 된다. 잎의 이러한 활동을 돕기 위해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한 뿌리는 열심히 땅속에서 양분을 담은 물을 끌어 올린다. 꽃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하지만 식물체의 다른 기관에서 이런 노력이 없이 화려한 꽃은 탄생하지 못한다. 꽃다지, 씀바귀, 고들빼기, 민들레 등 나름 봄의 전령들이 이렇게 우리가 잘 찾아주지 않는 땅바닥에서 우리에게 보여 줄 봄의 향연 준비를 마쳤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조연들의 봄 축제에 독자들을 초대하고 싶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화단이나 집 뜰 어디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쇠별꽃은 이미 많이 자라 있고, 광대나물도 많이 허리를 핀 모습이다.

학문의 세계에서도 식물의 뿌리와 잎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봉사자들이 있다.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차원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수질, 대기, 토양 등의 오염문제가 발생할 때 그리고 최근 자주 등장하고 있는 각종 유해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할 때도 사회의 주목은 받지 못하지만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게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땅이 보이는 반응을 점검하며 우리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준비한다.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과 5,000여 동ㆍ식물의 보모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생태학자들이다. '선진 환경 실현'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100만㎡라는 너른 들에서 전 세계에서 이사 온 5,000여 동ㆍ식물과 함께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국립생태원으로 봄나들이를 초대한다. 세계의 주요 기후대별 생태계가 모두 모여 있어 지나가는 봄, 진행 중인 봄 그리고 다가 올 봄 등 다양한 봄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ㆍ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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