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을 단일 경제권으로 묶으려는 한중일 FTA협상이 공식개시 됐지만, 미국 쪽에선 중국 견제를 위한 경제블록구축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정부의 통상외교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한중일 통상대표들은 2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3국간 FTA 체결을 위한 제1차 협상을 시작했다. 2003년 민간 공동연구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정부간 협상이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28일까지 계속될 1차 협상은 구체적 개방논의보다는 일단 FTA에 대한 서로의 기본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협상스케줄을 정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전망. 만약 3국 FTA가 타결된다면 15억 명의 인구와 15조 달러의 경제규모를 가진 동아시아 경제블록이 만들어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으로 부상하게 된다.
하지만 언제쯤 3국간 FTA가 마무리될지, 아니 타결 자체가 가능한지조차 현재로선 예상키 힘든 상황. 3국간 산업구조와 이해관계가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농업 분야에선 한국과 일본이 방어적으로, 서비스나 국내 제도 개선 분야에선 중국이 방어적으로 나올 게 뻔하다.
특히 한중일은 3국간 FTA와는 별개로 한중 한일 등 양자간 FTA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양자간 FTA협상도 쉽지 않은데 3자간 FTA는 그보다 몇 배는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부 역시 3국간 FTA 협상을 시작은 했지만, 그보다는 현재 5차 협상까지 마친 한중 양국간 FTA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3국간 FTA를 어렵게 만드는 더 중요한 변수는 미국이다. 미국은 현재 미주 아시아 대양주 등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3개 대륙 국가들을 단일시장으로 묶는 매머드급 다자간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일본이 TPP참여를 공식화한 데 이어,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한미 FTA 연장이라는 점에서 TPP 협상당사자가 되는 게 논리적"이라며 참여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TPP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워낙 뚜렷해, 우리나라로선 선뜻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최대교역국이자 FTA협상을 진행중인 중국을 고려할 때 TPP에 참여하기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대미관계나 무역이익을 감안하면 불참하기도 뭣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TPP변수가 한중일 3국간 FTA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현재로선 예단키 힘들다.
명진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 수석연구원은 "굉장히 복잡한 상황이 됐지만 경제블록 논의는 외교적 접근보다는 실리추구형으로 해야 한다"며 "이미 한미 FTA는 맺었고 한중 FTA도 추진 중인 만큼, 한중일 FTA든 TPP 참가여부 결정이든 경제적 실익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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