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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북 공동체 만들고 싶어요" 함께 부르는 소통의 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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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북 공동체 만들고 싶어요" 함께 부르는 소통의 화음

입력
2013.03.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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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함경북도 은덕인 강천호(27ㆍ총신대 신학과2)씨. 9년 전 가을 목숨을 걸고 살얼음이 떠내려 오는 두만강을 건너던 당시에는 자신이 다시 북녘을 이토록 가슴저리게 그리워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강씨는 당시 먼저 탈북한 어머니와 만나 전북 전주에 새 둥지를 텄지만 '청진 고교생'이 한 순간 '전주 고교생'이 되기란 생각보다 어려웠다. 당장 또래들의 은어와 외래어가 뒤섞인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다. 가족과 재회한 기쁨도 잠시, 낯선 환경에 힘들어하던 강씨에게 위로가 됐던 건 다름 아닌 한 곡의 노래였다.

"고등학교 때 남한에 와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미칠 것만 같더라고요." 강씨가 지난 23일 연세대 음대에서 열린 남북 청년합창단 '통일하모니' 오디션 참가곡으로 9년 전 방송된 드라마 '봄날' OST에 수록된 봄날을 선곡한 이유이다.

이날 무반주에도 가사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노래를 마친 강씨는 "저는 통일이 언젠가는 된다고 믿는다"며 "이렇게 남한과 북한 청년이 함께 마음을 담아 노래하면 진짜 우리 대에는 꼭 통일될 것 같다"고 한껏 웃었다.

통일하모니 합창단은 지난해 8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주최하는 '제2회 남북대학생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통일부 장관상을 수상한 프로젝트로 당시 북한 출신 2명을 포함한 연세대 재학생 4명이 기획했다. 남북한 청년들이 모여 노래하고 어울리면서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조금씩 좁혀가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합창단이다. 국내 최초의 남북 청년합창단으로 7월 공연을 앞두고 최근에는 2기 합창단원의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이날 오디션에 참가한 북한출신 청년은 모두 8명. 북에 여전히 가족이 있다는 A(29)씨는 참가곡으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또 다른 청년(27)은 '아리랑'을 선보이는 등 선곡은 가요부터 민요까지 다양했지만, 지원 동기는 하나였다.

박지훈(28ㆍ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2) 통일하모니 단장은 "남한 친구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북한 친구들은 '친한 친구','따뜻한 공동체'를 찾고 싶다는 것이 주된 지원동기"라고 말했다. 이날 북측 청년 대표로 심사위원을 맡은 조경일(26ㆍ성균관대 정치외교학4)씨도 "북한 친구들은 자신을 오픈하기 꺼려하고 먼저 다가가기 어려워한다"며 "통일하모니 합창단이 남북한 청년이 소통하는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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