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김재철 MBC 사장의 해임안을 가결했다. 전체 9명의 이사 가운데 과반인 5명이 해임안에 찬성했다. 그 동안 김 사장 퇴진에 반대해온 여권 이사들이 해임 쪽으로 돌아선 게 결정적이다. 이로써 임기 만료 11개월을 앞둔 김 사장은 방문진 설립 후 해임안이 가결된 최초의 사장이라는 불명예를 쓰게 됐다.
김 사장의 퇴진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MBC 정상화를 위해서는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2010년 3월 김 사장 취임 후 MBC는 파행을 거듭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이라는 비판에 이어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김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노조의 파업이 170일 동안이나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8명이 해고되고 203명이 징계를 받는 등 무자비한 보복인사가 뒤따랐다. 방송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시청률은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김 사장은 법인카드 유용 및 배임 의혹, 특정 무용가에 대한 특혜 의혹 등 각종 비리와 돌출행동으로 MBC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MBC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데는 방문진의 책임도 크다. 그 동안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세 차례 상정됐지만 여당 측 이사들의 반대로 번번이 부결됐다. 경영진을 관리ㆍ감독해야 할 방문진이 비리를 감싸고 정권의 눈치를 보는 동안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이번 해임안 가결도 정권이 바뀌자 달라진 기류에 편승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제 남은 일은 MBC의 조속한 정상화다. 해고자들의 복직,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받은 파업 참가자들의 원직 복귀 등의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후임 사장은 추락한 MBC의 위상을 살릴 수 있는 적임자가 되어야 한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방문진은 정치권과 철저히 독립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하며, 현 정권도 인선에 개입하려는 생각을 털끝만큼이라도 가져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정치권은 최근 여야가 합의한 대로 방송공정성 특위를 가동해 올바른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마련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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