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청와대 인사 시스템 개선 방안과 관련해 추천 및 검증 단계에서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여러 채널을 통해 폭 넓은 인재 풀을 확보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집중된 검증 절차를 보완하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을 지낸 김판석 연세대 교수는 "인사에서 추천과 검증은 분리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를 담당하는 인사수석실을 신설해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과 긴장 관계를 형성했던 참여정부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인재 풀 확대와 관련해선 아는 사람이나 써 본 사람 위주로 발탁하는 박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정당 대표일 때와 대통령일 때의 인사는 달라야 한다"며 "자신의 가치와 철학에만 부합한 인사를 강조하다 보니 이른바 '수첩 인사'의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도 "대통령과 생각이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도 굳이 친하거나 써 본 사람을 찾을 이유가 없다. 인재 풀을 폭 넓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국민대통합위원회 등에 과거의 중앙인사위원회 역할을 부여하고 인재 풀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도하는 인사 검증 체계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민정수석실이 검증을 독점하지 말고 검찰이나 경찰, 국정원, 청와대 다른 기구 등이 민정수석실의 검증 과정을 한번 더 체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철 교수는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고위 공직자의 기강 확립 업무에 전념하게 하고, 신설되는 특별감찰관 아래에 인사검증을 위한 전담기구를 두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교수는 "검증 기관이 기계적 검증만 하는 게 아니라 가치 판단을 해서 보고해야 한다"며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사전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대통령에게 '경제민주화'에 부합되지 않는 인물로 보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교수는 "어떤 사람에게 말썽이 생기면 인사와 관련한 회의록을 보고 적극 만류하지 못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잘못된 인사를 두고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하는 청와대 분위기는 인사 시스템이 망가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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