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닝(王滬寧ㆍ58ㆍ사진)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 외교 행사마다 시 주석을 밀착 수행하면서 그가 실질적인 외교 사령탑을 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왕 주임은 지난해 11월 18차 당대회를 통해 중앙위원에서 정치국원으로 승진한 후 줄곧 최고 지도자들의 외교 행사에 등장했다. 지난달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이 중국을 찾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과 시 총서기를 잇따라 만날 때 배석했고 이달엔 시 주석의 첫 해외 순방에 동행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거의 모든 일정을 보좌하고 있다.
왕 주임은 당초 새로 생길 외교 담당 부총리직을 맡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17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자리가 신설되지 않아 정치국원 25명 중 유일하게 급에 맞는 보직을 맡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부각하면서 공식 직함과 무관하게 외교 수장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관급 직급이지만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역할이 왕 주임에게 부여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공식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장관)의 존재감은 약화하고 있다. 당내 직급으로도 왕 주임은 정치국 상무위원(7명)에 버금가는 정치국원이지만 양 국무위원은 중앙위원(200명)에 불과하다.
상하이 태생으로 푸단(復旦)대 교수를 지낸 왕 주임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의해 1995년 공산당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연구실 팀장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장쩌민의 ‘3개 대표 중요사상’,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 등 지도이념을 만드는데 기여해 최고 지도부의 핵심 브레인으로 인정 받았다. 상하이방, 태자당, 공청단 인맥을 두루 갖춘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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