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두 나라 군 당국이 22일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에 서명한 것은 북한의 전면적 도발뿐 아니라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같은 국지도발이 발생할 경우에도 한미가 함께 작전을 세워 연합 전력으로 대응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의미다. 또 북한의 도발 양상에 따라 도발 원점은 물론 지원ㆍ지휘 세력까지 타격한다는 우리 군의 작전 개념을 한미 공동 계획에 반영함으로써 한국군의 자위권 행사를 미군 측이 정당화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계획 수립의 가장 큰 성과는 전면전이 아닌 평시 북한의 국지도발 상황에서도 미군의 사실상 자동 개입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넘어온 뒤 전시가 아닌 평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미군이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이 국지도발을 감행하려 할 경우 초기부터 한미 연합 전력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앞으로 북한이 군사분계선(MDL)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도발할 경우 우리 군 전력이 즉각 원점에 대한 대응 사격에 나서게 되고, 한미는 초기 대응 단계부터 국지도발 대비계획 상의 절차에 따라 긴밀히 협의해 역할을 나눠 맡게 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종전에는 국지도발 발생 시 미군 측의 판단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했는데 이제부터는 공동 계획에 명시된 조건에 맞춰 한국군이 지원을 요청하면 미군 측이 거절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협의가 필요했던 미군 정찰 자산도 북 도발 시 즉각 지원받을 수 있다.
이번 계획에 대한 합의는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을 과시했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북한의 국지도발에 한국군이 일차적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충분히 응징할 수 있도록 미 측이 양해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유동렬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북한 도발에 맞서 한국군이 도발 원점에서 더 나아가 지휘 세력을 타격할 때에도 한미 연합 세력이 타격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때려 놓고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층 더 강한 심리적ㆍ물리적 억제력을 갖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계획으로 한국이 가진 평시작전통제권마저 미군의 제한을 받게 돼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남북한 교전 사태가 벌어졌을 때 확전을 막고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고 있는 유엔사 교전 규칙과 이 계획이 상충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국지도발에 대한 한미 공동 대응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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