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800여개 가맹점을 둘 정도로 잘 나가던 카페베네가 갑자기 구조조정과 대표이사 월급 반납 등 대대적인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갑작스런 카페베네의 비상경영에 일시적 현상이라는 회사와 성장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업계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이달 초 본사 직원 가운데 10%인 100여명을 매장으로 발령 냈다. 이중 70여명은 근무 이전을 원치 않아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고 자진 퇴사했다. 카페베네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위직 급여도 사실상 삭감됐다. 이달부터 김선권 대표는 100%, 이사급 이상 임원은 30%씩 월급을 회사에 반납할 예정이다.
2008년 뒤늦게 커피전문점 사업에 뛰어든 카페베네는 4년 만에 점포가 800개를 넘어서며 급속 성장했다. 적어도 매장 숫자 만큼은 스타벅스를 앞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갑자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니 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회사 측은 지난달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이유로 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한 베이커리 '마인츠 돔'은 제과업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따라 연간 2%밖에 성장할 수 없게 돼 2호점 자체를 낼 수 없게 됐고, 시작 1년 만에 100호점을 눈앞에 둔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역시 외식업 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신규 확장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구조조정 대상이 된 직원들 대부분이 신규 점포 확장과 관련한 업무를 하는 직원들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 내에서는 동반위의 중기 적합업종 지정뿐 아니라 카페베네 특유의 확장 전략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가맹점을 확장할 때 받는 가맹비와 실내장식비 등으로 수익을 내지만, 기존 가맹점에 원료를 공급하고 받는 물류수입이 주 수입원이 돼야 훨씬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
하지만 카페베네의 경우 실내장식비가 매출의 50%를 넘고 이익률도 27%에 이르는 반면 본업인 커피판매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기존 점포 운영보다 끊임없이 새 점포를 열어야 이익이 유지되는 경영구조다.
그래서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 드럭스토어(디셈버24) 진출과 베이커리 인수 등 사업분야를 계속 확장한 것도 새 점포를 무한정 열지 않으면 이익이 급감하는 경영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블랙스미스는 1년 동안 100개 가까운 점포를 열었지만 수익성은 카페베네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고, 드럭스토어 사업은 진출 5개월 만에 접을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결국 카페베네는 지난해 상반기 적자를 봤다. 업계 관계자는 "카페베네의 이익구조 자체가 한계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동반위측도 카페베네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지난해 카페베네가 마인츠 돔을 인수할 당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미 중기 적합업종 지정을 논의 중이니 고려하라고 조언했다"며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인수를 한 뒤 동반위 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블랙스미스 역시 대형 레스토랑이어서 골목상권 진출을 금하는 중기 적합업종 지정과 큰 상관이 없는데 구조조정이 모두 동반위 때문이라는 해명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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