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성 접대 연루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경찰 간에 책임 논쟁과 진실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쟁점은 김 전 차관의 연루 의혹에 대한 사전 보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이다.
경찰 내 일각에서는 최근"김 전 차관 임명 이전에 '성 접대 사건의 실체가 있고 김 전 차관 연루 의혹도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보고가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찰이 김 차관 연루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했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를 묵살했다는 얘기가 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자 청와대가 발끈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민정수석실은 김 전 차관 임명 전에 수 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에 대한 의혹이 있는지를 경찰에 물었고, 이에 대해 경찰은 차관 임명 당일인 13일까지도 '김 전 차관에 대해 수사하거나 내사하는 것이 전혀 없다'고 공식 보고했다"며 "문서로 보고된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가 있고 숨길 것도 없다"고 말했다. 당시 보고는 경찰청 김학배 수사국장 명의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김 전 차관은 고위공직자이기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이런 의혹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경찰의 보고가 없고 김 전 차관 본인도 부인하는 상황에서 은밀한 사생활 부분까지 밝혀내는 것은 인사검증 시스템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일각의 주장과 민정수석실의 해명이 맞선 형국이다. 누구 주장이 맞는 걸까. 청와대 안팎에서는 경찰 내부의 문제 때문에 관련 보고가 올라오다가 중간에 끊어졌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 실무 차원에서는 보고가 제대로 이뤄졌는데 경찰 고위층에서 이를 누락시켰다는 설(說)이 그간 적지 않았다. 유임될 것으로 봤던 김기용 전 경찰청장의 경질과 보고 누락이 관련돼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왜 경찰이 관련 보고를 묵살했느냐를 두고도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한 관계자는 "수사권 독립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경찰이 나중에 써 먹으려고 관련 보고를 일부러 숨겼다는 얘기도 있다"며 "어쨌든 이번 사안이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과 연관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물론 경찰이 구두 보고 등을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김 전 차관이 연루됐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임명 전에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는 곧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연루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