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우리 군의 서북해역 방어 전력이 일부 보강되기는 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하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함 침몰 3주기(26일)를 앞두고 한국일보가 24일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년 동안 서해 일대 전력 증강 작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힌 응답자가 13명(87%)으로 압도적 다수였다. 특히 대잠수함 추적ㆍ정보 시스템의 경우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꼴"(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력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이유로는 시간 부족과 국방비 위축, 예산 배분 실패 등이 꼽혔다.
서해 전력이 적 도발을 막는 데 충분하다고 답변한 전문가는 1명(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뿐이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걸맞은 조치가 나오는데 아직 천안함 침몰이 북한 잠수함 어뢰 공격을 못 막은 우리 군 전력 탓인지 여부가 불분명해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곳의 주요 전력을 빼다가 북한의 집중 공격 대상인 서해 일대에 모으는 것은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군 전력 강화가 서해 부근의 군사적 충돌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보는 응답자도 7명에 달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한미 연합 전력이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서북도서사령부를 창설한데다 과거와 달리 북한이 공격하면 확전 위험을 무릅쓰고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게 국지도발 억지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국립대 교수는 "군사적 충돌 위험은 1차적으로 북한이 좌우하는데 최근 북한의 위협을 볼 때 심리적 차원의 충돌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의 위기 관리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입장도 엇갈렸다.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북한이 위협을 지속적으로 고조시키는 바람에 강경 대응 천명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었고, 그것이 실제 북한을 주춤하게 만들었다는 이유 등으로 8명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전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데다 보복 의지마저 부족한 상태에서 선언에 불과한 '선제 타격' 등을 공공연히 표방하다 신뢰를 깎아먹고 북한을 자극만 했다는 질책도 많았다.
전문가 8명은 서해 잠수정 침투와 다른 형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3명은 여전히 북한의 잠수함 전력을 가장 큰 위협으로 봤다.
● 설문에 답해주신 분들
구본학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MOT)대학원 교수, 김열수 성신여대 교양교육원 교수,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윤덕민 국립연구원 교수,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익명을 요구한 지방 국립대 교수(가나다 순).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