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올림픽 금빛 영웅들이 다시 뭉쳤다. 한국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스타인 모태범(24ㆍ대한항공)과 이상화(24ㆍ서울시청)가 한국 빙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2연패에 성공했다. 남은 건 올림픽 2연패다. 내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금메달에 청신호가 켜졌다.
모태범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러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레이스에서 34초94로 3위에 오른 뒤 2차 레이스에서 34초82를 기록, 합계 69초76으로 2위 가토 조지(69초82)를 0.06초 차로 제쳤다. 3위는 네덜란드의 얀 스미켄스(69초86)였다.
극적인 우승이었다. 지난해 500m 세계 선수권자 모태범은 1차 레이스에서 1위 얀 스미켄스에 0.14초 차 뒤진 3위에 머물렀다. 이틀 전 준우승을 기록한 1,000m에서 이미 많은 힘을 쏟았기 때문에 뒤집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모태범 역시 "이번 대회는 500m 보다 1,000m에 주력하겠다. 가장 자신 있는 종목도 1,000m"라고 말했다.
하지만 2차 레이스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100m를 9초56만에 통과한 모태범은 곧장 속도를 내기 시작하더니 34초82만에 결승선을 통과, 합계 기록에서 1위에 올랐다. 함께 레이스를 펼친 얀 스미켄스는 1차 레이스에서 1위에 오르고도 모태범의 페이스에 말려 종합 3위에 그쳤다.
이상화의 우승은 압도적이었다. 올시즌 월드컵 시리즈를 제패한 이상화는 1차 레이스에서 37초69로 선두에 오른 뒤 2차 레이스 역시 37초65만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합계 75초34를 기록했다. 2위 왕베이싱(중국ㆍ76초03)과 3위 올가 파트쿠리나(러시아ㆍ76초08)는 '찬조 출연'에 그쳤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500m 챔피언인 이상화는 이번 대회 1,000m를 포기할 만큼 500m 금메달에 욕심을 냈다. 무리하지 않고 체력을 비축해 세계선수권 2연패를 노리겠다는 포석이었다. 이 같은 전략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각 종목별 세계 랭킹 상위 24위만이 출전한 대회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에서 24명 가운데 유일하게 37초대 기록을 냈다. 선호하는 아웃코스에서 출발해 100m를 10초28만에 통과했고 나머지 400m 구간은 27초41로 끊었다.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는 주춤하기도 했지만 37초대 기록을 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2차 레이스 기록은 더 좋아졌다. 100m 10초25, 나머지 400m는 27초40이었다. 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500m 종목에서 이상화는 2위를 0.69초 차이로 제쳤다.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팀 추월에서도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다. 2005년부터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 정식 종목이 된 팀 추월에서 한국이 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장거리 종목으로 분류되는 팀 추월은 유럽 선수들의 독무대로 아시아에선 일본 여자팀이 동메달을 두 차례 획득한 것이 전부였다.
이로써 한국은 올 시즌 빙상 3개 종목에서 모두 세계 챔피언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달 들어 신다운(20ㆍ서울시청)은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피겨 여왕 김연아(23)도 지난 17일 캐나다에서 끝난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모태범과 이상화마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 2014년 소치 올림픽을 앞둔 한국은 겹경사를 맞았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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