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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연예계, 공인의식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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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연예계, 공인의식 가져라

입력
2013.03.2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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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예계가 판도라 상자 열린 듯 추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이승연 등의 프로포폴 남용과 고영욱ㆍ박시후의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 사건, 김용만 도박 사건과 김혜수ㆍ김미화 표절 논란, 성접대 관련 여배우들의 잇단 폭로…. 연예계가 화장 지운 맨 얼굴 드러낸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줄줄이 사건이 불거져 나온 건 전례가 없다.

연예인은 과거 전통시대에 '광대'라 불렀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딴따라'로 통칭했다. 그들의 춤, 노래, 연기에 환호하면서도 은근히 멸시해오던 사람들의 태도가 언제부턴가 바뀌었다.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쥘 수 있는 연예인이 선망의 대상으로 변한 것이다. 한류 붐과 함께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홍보하는 민간외교관이라는 권위도 생겨났다.

하지만 수억 원의 출연료를 받으며 제작진 위에 군림하는 배우, 연예지망생들에게 성접대까지 받는 가수, 불법의료시술을 자청하는 탤런트 등은, 한국의 연예인들이 이 같은 인식 변화에 걸 맞는 사회적인 책임감과 도덕성에 얼마나 무지한가를 잘 보여준다.

일부 유명 연예인들이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슈퍼 갑'이 되어 버린 현실도 이 같은 추문을 부추긴다. 방송사와 제작 관련 종사자는 물론 언론도 이들 앞에서는 작아진다. 이들의 잘못에 쉽게 면죄부를 주는 대중의 값싼 동정심도 한몫 한다. 과오를 범한 연예인들이 '자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중단 한 뒤 우호적인 미디어와 동정적인 여론을 업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얼굴을 내미는 것이 관행이 돼버렸다.

연예인들의 도덕성 결여를 다른 명사(名士)의 경우보다 더 심각하게 봐야 하는 것은 그들이 많은 청소년들의 롤모델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처음으로 전국 초ㆍ중ㆍ고 학생 2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진로교육 지표조사'의 희망직업 순위에서 연예인은 중학생들 사이에서 3위, 초ㆍ고등학생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초ㆍ중ㆍ고 모두 5위권 안에 든 직업은 교사와 연예인 둘뿐이었다.

대중에게서 받는 한없는 사랑을,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너도나도 따라 가려는 모델이라는 점을 한국의 연예인들은 깊이 자각할 일이다.

김대성 문화부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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