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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아베노믹스에 들썩이는 벚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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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아베노믹스에 들썩이는 벚꽃놀이

입력
2013.03.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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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엄밀히 따지면 일본 국화는 아니지만, 사실상 일본을 대표하는 꽃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는 벚꽃 피는 시기에 맞춰 시작하는 것들이 많다. 초중고교 및 대학 등 모든 학교의 신학기는 4월에 시작한다. 일본 정부 및 기업 회계연도의 시작도 4월 1일로 정해져 있다. 짧은 시간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다 지는 벚꽃이야말로 만물의 소생을 알리는 전령사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신학기 개학이나 회계연도의 시작이 벚꽃의 개화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인의 벚꽃놀이는 실물경기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벚꽃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일본에는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서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문화가 발달해있다. 집에서 준비하거나 백화점 등에서 구입한 음식을 펼쳐놓고 술판을 벌이는 모습이 흔한데 이들의 씀씀이를 보면 경기지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벚꽃경기라고 부른다.

일본에 특파원으로 부임한 이후 벚꽃놀이를 3년째 경험 중인데 그때마다 벚꽃경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2011년 부임했을 때는 도호쿠 대지진의 여파로 나라 전체가 슬픔에 잠겨있어서 벚꽃놀이를 즐기는 것 자체가 죄스러운 분위기였다. 자숙 분위기로 구매 욕구가 저하하자 일본 정부는 오히려 벚꽃놀이를 즐기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며 소비 촉진을 촉구했다. 지난해는 유례없는 엔고 현상으로 수출기업이 죽을 쑤면서 벚꽃경기도 바닥을 맴돌았다.

지난주 도쿄의 낮 기운이 25도를 오르내리더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열흘에서 보름가량 일찍 벚꽃이 만개했다. 우에노공원, 신주쿠어원 등 도쿄의 벚꽃 명소는 내주까지 이어지는 절정의 벚꽃을 보기 위한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올해 벚꽃을 즐기는 상춘객의 모습은 예년과 확연히 달라져 있다. 우선 돗자리에 깔린 음식의 양이 푸짐해졌고 음식과 함께 즐기는 캔맥주의 용량도 커졌다. 벚꽃을 즐기는 시민들의 씀씀이가 커진 것인데 이로 인해 유통업계도 덩달아 신이 났다. 도쿄시내 유명 백화점은 매년 벚꽃놀이 시기에 맞춰 도시락을 내놓곤 하는데 예년에는 1,000~1,500엔짜리 도시락이 많이 팔렸다면 올해는 2,500엔이 넘는 도시락도 심심치 않게 판매된다. 도시락 판매량도 지난해에 비해 1.5배나 늘었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가 "벚꽃 개화 시기를 예측하지 못해 더 많은 도시락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할 정도다.

벚꽃경기가 좋아진 이유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도하는 아베노믹스와 무관하지 않다. 대담한 금융완화와 2%물가 목표를 내건 아베 정책의 약발에 엔고가 진정되면서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이 전망되는데다 임금을 올려주기로 결정한 기업이 늘어나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진 것이다. 벚꽃경기가 살아난 만큼 일본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노믹스가 아랫목을 데우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아베노믹스의 필요조건으로 거론된 재정지출, 금융완화, 성장전략 등 3개의 화살 중 재정지출과 금융완화는 일단 과녁을 맞춘 듯하다. 문제는 성장전략이다. 성장전략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아베 총리는 민간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계획이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은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일본의 미래 경제를 책임질 획기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다면 성장전략은 성공할 수 없고 일본경제는 다시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최근의 반짝 경기는 일찍 터트린 샴페인이 될 수 있다. 아베노믹스 성공 여부의 판단은 내년 벚꽃 개화시기로 미뤄야 할 것 같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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