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사용한지는 일 년이 조금 넘는다. 그 사이 버릇이 하나 생겼다. 배터리가 내장형인지라 바깥에 나와 있는 시간이 긴 날엔 늘 콘센트가 어디 없나 두리번거린다. 고속버스에 올랐던 며칠 전에는 휴게소에 닿자마자 10분의 시간을 이용해 허겁지겁 충전을 시켜야 했다. 음악을 듣느라 배터리 소모가 컸던 탓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남은 길을 가는 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먹은 음식물의 칼로리를 휴대폰용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술이 발명되면 좋을 텐데. 팔뚝에 도킹잭을 만들어 달고 아무 데서나 휴대폰을 푹 꽂아 충전을 시키는 거야. 경우에 따라서는 몸에도 이롭지 않을까? 촉촉한 케이크와 바삭한 튀김을 마음껏 먹고 아랫배에 쌓일 지방은 휴대폰이 소화해주는 거지. 휴대폰 다이어트, 이런 것도 생기지 않을까? 다이어트에 항상 실패하는 사람은 주변의 휴대기기 충전을 도맡아 주면 되잖아. 불필요하게 축적된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니 친환경적일 수도 있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지….
혼자 실실 웃다가 스스로도 방정맞다 싶어 혀를 찰 즈음, 모유수유를 하던 친구가 웃으며 한 얘기가 떠올랐다. 딸기우유를 먹으면 젖도 딸기우유 색으로 나온다고 했던가. 그러면 딸기우유의 열량으로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면 기계에게 젖 물리는 셈이나 마찬가지인가? 초현실적인 이미지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간다. 갓난애만한 휴대폰에게 한쪽 젖을 물리고 있는 모나리자. 사이버네틱스 모나리자의 미소.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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