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정형식)는 시세조종을 통해 상장사 인수합병을 시도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원조 슈퍼개미’ 경대현(5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3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개인투자자인 경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고수익률로 유명세를 타면서 업계에서 ‘원조 슈퍼개미’로 불렸다. 그러나 경씨는 2009년 코스닥 상장 제약사인 S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허위 투자합의서를 작성해 주가를 부양하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씨는 이외에도 S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특허권의 가치를 부풀려 판매하고 인수관련 풍문을 퍼트려 시세를 조종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경씨 혐의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 징역 5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허위 투자합의서를 작성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고, 특허권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씨 소유 특허권의 가치 산정방식과 효용성, 대금지급 현황 등을 살펴 볼 때 당시 S사 대주주 배모씨가 경씨에게 속아 필요 없는 특허권을 사들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사기 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배씨가 경씨의 특허권을 사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이익을 제공받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사기적 부정거래와 미공개 중요정보 제공은 증권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한다”며 “경씨가 과거 여러 차례 증권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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