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측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사퇴시킨다는 내부 방침을 금주 초에 세우고 새로운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물색해왔던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그 전 주까지만 해도 청와대 기류는 김 후보자 임명 쪽이 우세했지만 이번 주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8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직후만 해도 청와대의 분위기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일치된 전언이었다. 김 후보자 사퇴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면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제히 손사래를 치며 부인하곤 했다.
김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줘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여야가 협상 중인 상황이 고려됐다.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을 자극해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는 "일단 상황을 지켜 보자"며 김 후보자 임명을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주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한다.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석연찮은 이유로 자진사퇴하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연루설이 떠도는 등 인사 실패 사례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청와대가 정무적 판단을 다시 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서 김병관 후보자 임명까지 강행할 경우 뒷감당이 쉽지 않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통과에 맞춰 문제가 된 인사들을 한꺼번에 털고 새 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때를 즈음해 '김 후보자가 이명박정부 당시 특혜 논란을 빚은 미얀마 자원개발업체 KMDC의 주식을 보유했지만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이를 누락시켰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새누리당 내의 분위기도 급격히 사퇴 촉구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김 후보자에게는 21일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청와대의 사인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 후보자는 임명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김 후보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날 국방부 기자실에 사퇴의 변을 보내는 방식으로 사퇴 절차를 밟았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를 사퇴시킨다는 내부 방침을 세우면서 김관진 장관 유임 카드를 함께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임 카드를 꺼낸 것은 김 후보자 사퇴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김 장관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무난하게 국방부를 이끌어 온 점을 높이 산 측면도 있다. 한 관계자는 "조각 당시에도 김 장관을 유임시키자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국정원장 하마평에도 거론됐었다"며 "다른 대안도 일부 검토됐지만 일찌감치 유임 카드 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따로 개최하지 않고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면 된다는 점도 유임 카드를 선호한 배경이 됐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김 장관의 유임과 관련 "더 이상 정치적 논쟁과 청문회로 시간을 지체하기에는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위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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