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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대家 '시숙대결' 이번엔 형수가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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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대家 '시숙대결' 이번엔 형수가 이겨

입력
2013.03.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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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올 만기 빚 1조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2년전엔 반대쪽 섰던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주총에 아예 불참反현정은 지분 33%… 현대상선 불씨는 여전

2년 만에 재연된 범 현대가의 '시숙(媤叔) 대결'은 형수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22일 열린 현대상선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현대중공업그룹 반대를 딛고 우선주발행한도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안을 관철시켰다. 변경안은 우선주 발행한도를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늘리고, 신주인수권을 제3자에게 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날 주총이 각별히 관심을 끈 건 똑같은 사안을 놓고 정확히 2년 전 벌어졌던 범 현대가의 갈등이 그대로 재연됐기 때문. 2011년 주총에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안을 상정했지만, 현대중공업 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 KCC 등 범 현대가 기업들이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진 탓에 무산됐다.

현대상선은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 회장 측 현대그룹이 최대주주이나 현대중공업이 2대 주주를 점하고 있으며 다른 정씨 일가 기업들도 지분을 갖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2년 전과 달리 정씨 기업들이 뭉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지분 15.2%)은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6.8%)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고, KCC(2.4%)와 현대백화점(0.8%)도 동조했다. 그러나 현대건설(7.2%)과 현대산업개발(1.3%)은 아예 주총에 불참했다. 과거 반대쪽에 섰던 범 현대가 일부 기업이 이탈함에 따라 우선주 한도확대안건은 찬성 67.35%, 기권ㆍ반대ㆍ무효 32.65%로 가결돼 현 회장 측에 승리를 안겨줬다.

범 현대가 일부 기업이 이탈한 이유는 현대상선의 자금상황으로 봤을 때 우선주 발행한도확대가 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상선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전년(5,343억원)보다 2배 가까이 뛴 9,989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현대그룹 전체로도 올해 만기가 돌아는 채무가 1조원에 달해 자금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선주 발행이 성사될 경우 현대상선의 자금난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현씨가와 정씨가의 불신과 갈등이 치유되기 힘들 만큼 뿌리가 깊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 현대건설이나 현대산업개발이 불참한 것은 재무적 필요성에 공감하고, 무엇보다 불필요한 집안싸움으로 비쳐지는 게 싫어서이지 현 회장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주총에서도 양측은 날 선 공방을 쏟아냈다. 현대중공업이 먼저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에 거부 입장을 밝히자, 현대상선은 곧바로 "경영권 미련을 버리라"고 응수했고, 이에 현대중공업측은 "주주가치 보호의 문제이지 경영권 얘기가 아니다"고 되받아 쳤다. 또 현대중공업이 쟁점사안이 아니었던 '이사 보수한도 동결'건에 이의를 제기해 표결까지 가는 바람에 진행 시간이 3시간이나 소요됐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범 현대가가 보유한 33% 가량의 현대상선 지분이 그대로 남아 있는 한 갈등의 골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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