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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날 믿어 준 한국은 '제2의 조국' 가족 모두 한국 팬… 집에 태극기도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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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날 믿어 준 한국은 '제2의 조국' 가족 모두 한국 팬… 집에 태극기도 걸어"

입력
2013.03.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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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53)는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던 저를 믿고 출판해 준 한국 출판사들에게 언제나 감사한다"며 '제2의 조국' 한국에 수상으로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달콤한 이야기만을 좋아하는 게 아니며 심각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나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아이들을 믿어줄 것을 당부했다.

- 역시 아이들이 보기에는 쉽지 않은 작품인데.

"아이들이 다양한 책을 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고 쉬운 책도 봐야 하지만, 심각하거나 슬픈 책도 봐야 하죠. 이 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에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달콤하게 포장된 상상 속 이야기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쉽게 질려 하죠. 아이들이 책을 통해서 이 세상이 선과 악,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안전하게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바로 철학이 아닐까요."

-한국과의 작업이 어떤 영감이라도 주는가.

"서른 즈음 한국의 선불교를 접한 것이 첫 인연이었는데, 폴란드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마치 저는 언젠가 제가 한국에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웃음). 한국을 두 번째 조국이라고 말하는 것은 한국이 저에게 기회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행운이었고, 언제나 감사합니다. 한결같이 함께 일해 온 기획자 이지원씨와 '논장' '사계절' '보림' '아지북스' 그리고 두 번의 라가치 상을 받은 '창비'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저를 믿고 함께 일해 왔습니다. 덕분에 폴란드에서는 출판 기회가 없었을 것이 분명한, 용감한 작품을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국 출판사에 상을 안겨 드릴 수 있어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기분입니다. 남편은 전화기부터 시작해서 모든 가전제품은 무조건 한국 것만 사고, 막내아들은 방 안에 태극기를 걸어 놓고 학교에 한글 티셔츠를 입고 갈 정도로 한국의 팬입니다."

-폴란드와 한국에서 나오는 동화책은 다른가.

"폴란드에서는 이제서야 그림책이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림책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형편입니다. 반면 한국은 현재 그림책 세계에서 떠오르는 강자예요. 한국에서 가져온 책들을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에서 보여 주면, 왜 폴란드에는 그런 책이 없는지 아쉬워합니다."

-폴란드에서는 당신의 그림을 동양적이라고 표현한다고 들었다.

"어쩌면 제 자신이 좀 동양적인 게 아닐까요? 제 자신이 음양의 조화처럼 어떤 균형을 찾으려고 하는 중에 그런 것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제 그림이 정말 '유럽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웃음). 저는 유럽의 중세와 르네상스 미술을 좋아해요. 그 작품들 속에 있는 침묵과, 그 위대한 미술가들이 영혼의 고양을 표현하기 위해 자기의 에고(ego)를 감추는 모습이 좋습니다. 그런 작품들이 말을 걸어오고,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찾으며 제 것으로 만드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좋은 그림책은 어떤 책인가.

"책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책은 마치 친절한 집주인처럼 따뜻하게 독자를 맞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자기 말만 하지 않고, 잘난 척하지 않고, 독자를 재미있는 대화로 끌어들이죠. 좋은 책을 만난 독자는 기분 좋고 지적인 모임에서 발전할 기회를 갖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아이들이 자기 의견을 가질 수 있도록 그냥 둬야 합니다. 아이들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어른 잣대의 해석을 강요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합니다. 아홉살 난 제 친구 딸이 (사계절 발행)의 의미를 찾아내는 데 정말 놀랐습니다. 폴란드의 교육자 야누쉬 코르착과 유대인 고아원에 대한 이야기인데, 제가 책 안에 숨겨 놨던 모든 상징들을 다 읽어 내고 좋아하더군요. 아이들을 믿어야 합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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