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국보 센터'는 없다. 이제 전설로 남을 뿐이다. 서장훈(39ㆍ207㎝)이 정들었던 농구공을 내려놓고 코트와 이별했다.
서장훈은 21일 서울 종로구 올레 스퀘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7년 간의 여행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며 "처음 만났던 농구 코트는 편안한 안식처로 잘 하지 못했어도 코트 안에 있으면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 관심은 농구에서 느꼈던 행복을 무거운 부담으로 바꿔 놓았다"면서 "항상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를 누르고 잘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으로 밤을 지샜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농구가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떠나 가슴이 아프다. 대신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앞으로 살면서 더 명예를 얻거나 돈을 벌려고 하지 않겠다. 낮은 곳을 바라보며 겸손한 마음으로 살겠다. 오랫동안 좋은 꿈 잘 꿨다"고 마무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향후 계획은.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있어 아무 계획 없이 쉬고 싶은 마음이다. 먼 훗날 농구계에 내 역할이 필요하다면 하고 싶기도 한데 지금 당장 뜻은 없다."
-농구 인생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자면.
"애증의 농구 인생은 30점을 줄 수 있겠다. 아직 좀 더 잘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앞으로 인생에서 선수 생활의 아쉬웠던 부분을 후회하며 지낼 것 같다."
-많은 유명세를 탔던 만큼 안티 팬도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 이기는 것이 본전이 됐다. 대학 시절부터 그랬다. 그러다 보니 예민해진 부분도 있고, 경기 중 억울한 부분에 대해 어필하다 보니 이렇게 됐는데 보기에 불편했으면 죄송하다. 좋은 게임을 하고 싶었던 신념을 진정성 있게 이해해줬으면 감사하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후배는.
"중ㆍ고등학교 시절 함께 했고, 비교도 많이 됐던 현주엽이 생각난다. 또 오늘날의 서장훈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었던 대학 시절 이상민, 문경은, 우지원 등 연세대 동료들이 떠오른다. 힘들 때나 좋을 때나 항상 옆에서 위로가 돼줬던 김승현 역시 의미 있는 선수였다."
-오랫동안 찼던 목 보호대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이 잘 간직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도대체 뭔데 저렇게 차고 나오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한테는 소중하다. 대학 시절 이후 프로에서 목을 두 번째 다치고 나서는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농구를 그만 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부상이 무서우면 그 동안 해왔던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했고, 다시 해야겠다고 결정을 했다. 그 대안으로 목 보호대를 만들었다. 삼성에 있을 당시 트레이너가 잘 만들어줘 그걸 차고 지금까지 왔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생각은 안 했다. 모든 판단은 팬들의 몫이다. 강요할 수 없다. 좋게 생각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나 정도의 선수가 오래오래 기억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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