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의 사회지도층인사 성접대 의혹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지난주 취임한 김학의 법무부 차관은 자신이 의혹의 대상자로 지목되자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김 차관은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이름이 공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공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으로부터 김 차관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관련자로부터 동영상을 입수해 대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내사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소문과 의혹, 호기심 차원에 머물던 이 사건의 실체가 점차 드러나면서 파문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누차 지적돼온 허술한 청와대의 고위공직자 검증 과정이 다시 도마에 오를 뿐 아니라 검증을 맡은 민정라인의 책임론이 불거질 소지가 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말 김 차관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소문을 접하고 경찰과 검찰을 상대로 확인작업을 벌였으나 "별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김 차관 역시 "그런 사실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해 그대로 인사를 강행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경위야 어떻든 민정수석실은 동영상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등 상황을 더 면밀히 파악했어야 했다. 사실로 드러났을 경우 미칠 파장을 생각했다면 돌다리를 몇 번이라도 두들기는 신중함을 보였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허위보고를 한 경찰과 검찰의 책임도 적지 않다. 특히 경찰은 어찌된 일인지 차관 인사 후 며칠 만에 내사 착수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청와대와 부처간에 이렇게 손발이 맞지 않아서야 앞으로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현재 의혹선상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은 전ㆍ현직 고위관료와 병원장, 언론사 간부 등 10여명에 이른다. 사회지도층인사들이 고급 별장에서 광란의 파티를 벌이고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또 사건이 불거지는 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도 커지고 있다. 고위층의 모럴 해저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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