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사상 최초의 검사 출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박한철(60ㆍ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관은 '강골 검사' '학구파 법조인'으로 통한다.
부산 출신으로 제물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부산지검 검사로 시작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삼성비자금사건 특별수사ㆍ감찰본부장, 대검 공안부장, 대구지검장, 서울동부지검장 등 특수ㆍ공안ㆍ기획 관련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2005년 유전 게이트(철도공사의 해외유전 개발투자 의혹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이광재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법조브로커 윤상림씨 사건을 지휘하면서는 59건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 10차례에 걸쳐 재판에 넘겨 강골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검 공안부장 시절에는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해 매일 촛불시위 현장을 찾았고, 참여정부에서 폐지됐던 공안3과를 부활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를 두고 일각에서 '공안 헌재'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 후보자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 출신이라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으면 의외"라며 "검찰 경험을 가지고 다양한 시각으로 헌법재판사건을 보면서 어떻게 합당한 결론을 내릴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한 그는 보수적 입장을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열린 서울광장 추모행사를 전경버스로 에워싼 조치에 대해 합헌 의견을 냈고,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합헌 의견을 낸 것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기본권 보호에는 적극적인 의견을 냈다. 전자발찌 부착 명령 소급적용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했을 때 그는 "형사제재가 종료됐다고 믿는 사람들의 신뢰이익을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박 후보자는 평소 시를 즐겨 쓰는 문학애호가로도 알려져 있다. 겸손한 성격으로 후배들의 신망도 얻었다. 그는 "검찰에 있을 때는 검사를 천직으로 알았는데 재판소에 와 보니 이게 내 천직이더라"며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각오로 정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게 헌법재판"이라는 신념을 밝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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