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이었다. 은행연합회가 그제 처음으로 비교 공시한 은행 가산금리 현황은 대출금리가 저잣거리의 배춧값처럼 멋대로 책정돼왔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가계 신용대출 가산금리 평균만 봐도 산업은행은 1.87%포인트인데 비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그보다 무려 5배나 높은 8.26%포인트였다. 반면 중기 신용대출에서는 국민은행이 6.06%포인트를 적용해 우리은행의 3.01%포인트의 2배를 넘었다.
물론 평균 가산금리가 높다고 해서 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부당한 폭리를 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특정 상품 및 고객별 가산금리는 자금조달 원가, 경상비, 대출고객 신용도, 은행 대출정책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SC은행의 경우, 저신용 고객을 대상으로 고위험 대출을 하다 보니 가산금리 평균치가 높아졌을 수 있고, 중소기업 대출에선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적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폭리 여부보다 중대한 문제는 은행이 자체 상황과 방침에 따라 멋대로 금리를 책정할 수 있도록 시장이 방임되는 상황이다.
이번 공시는 지난해 불거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대출금리를 비교 공시토록 한 조치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의 논리는 금리책정에 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건 시장원리에 반하는 만큼, 비교공시를 통해 경쟁을 붙이면 자연히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금리가 조정될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지난해 초 단위농협 가산금리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당국의 금리 불개입 입장은 부정을 방조하는 어설픈 시장주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해왔다.
국내 은행은 기본적으로 완전 경쟁체제가 아니다. 자금조달 원가인 CD금리 담합 사례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가산금리 조작 사례는 과거 단위농협부터 최근 외환은행에 이르기까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반복되는 부정을 막으려면 당국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은행금리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금감원은 그런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차제에 금융소비자보호원의 독립이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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