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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민중미술' 수식어 뒤의 강요배, 자연의 역동 화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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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민중미술' 수식어 뒤의 강요배, 자연의 역동 화폭에

입력
2013.03.2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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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강요배(61)의 이름 앞에는 '제주 출신' '민중미술'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여년 전 고향으로 돌아가 지금은 거의 자연 풍광을 그리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대표작으로 '제주민중항쟁사'를 꼽는 이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1989년부터 3년에 걸쳐 완성한 50여점의 이 연작은 그를 유명 작가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의 이미지를 굳혀버렸다.

27일부터 4월 21일까지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은 이런 수식어에 가려진 강요배의 장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호박, 칸나 등 사물을 그린 소품부터 제주 귀덕리 집에서 내다본 풍경, 한라산, 봄바다를 담은 대작 등 회화 40여점과 드로잉 10점을 함께 선보인다.

강 화백은 20일 전시장에서 "자연과의 공명을 그렸다"며 "자연을 다루면서도 인간에 대해 뭔가 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는 자연이 가진 질감이 살아있는 곳"이라며 "기후 변화, 날씨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고 위안도 얻고 힘도 불어넣어준다"고 덧붙였다.

캔버스 위 두텁게 바른 물감들이 재현하는 것은 제주의 자연이 아니라 빛과 어둠, 바람의 역동성, 이로 인해 흔들리는 작가 자신이다. 강 화백은 "빛이 강렬하면 색이 날아가버린다"며 "조도가 낮은 상태에서 색은 더 풍부해진다"고 말했다. 그가 동 트는 하늘, 초저녁 샛별 뜨는 풍경, 먹장구름 휩싸인 한라산 등 어스름한 풍경을 통해 특유의 색질감(풍부한 색감과 질감을 동시에 표현한 것)을 선보이는 이유다. 제주 봄바다를 투명하고 푸른 에메랄드빛으로 담은 '명주바다'는 강렬한 빛 속에서도 색질감을 표현한 작품이란 점에서 더 눈길이 간다.

정지된 화면 속 역동성이 보이는 '풍천'은 100호가 넘는 대작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구름을 확대해 화폭에 담아 얼핏 보면 추상화에 가깝다. 작가는 "(이 그림에서)형태는 중요하지 않다"며 "형태가 파괴되어도 자연의 기세, 역동성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민중미술에서 풍경화, 추상화로 변할 수 있었던 지점을 시사하는 것도 같은 말이다. 그는 "작업하는 사람도, 그림을 보는 사람도 변하게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그림을 보고 '아'하는 순간 관람객은 변하는데 그런 반응이 있어야 진정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02)720-1524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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