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최대의 무허가 판자촌인 강남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충돌했다.
강남구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개발 방식을 약속한 서울시가 강남구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민영개발로 전환했다"며 서울시를 정면 비판했다.
구룡마을은 30여 년 전 강남구 개포동 567번지 일대에 생겨난 무허가 판자촌으로, 현재 이곳에 1,242여 가구, 2,529명이 거주하고 있다.
구룡마을 정비사업은 강남 개포동 567 일대 무허가촌 28만6,929㎡를 2,750가구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 일대는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시급한 개발이 요구됐지만 시ㆍ구ㆍ토지주 간 갈등 때문에 개발 안이 지체돼오다 2011년 4월 서울시는 이곳에 대한 '공영개발' 방식 추진을 확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공영개발(수용방식)에 일부 '환지'방식을 더하는 '혼용'방식을 채택하면서 기존 결정을 변경했다. 공영개발이란 공공(서울시 산하 SH공사)이 부지를 사들여 소유주에게 돈으로 보상한 뒤 개발하는 방식이지만 '환지'방식은 토지 가격을 산정해 개발 후 그에 해당하는 개발 부지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환지방식을 도입할 경우 개발이익을 노리고 땅을 소유한 토지 소유주에 지나치게 큰 혜택을 안겨주게 되고 대규모 토지를 매수한 토지주에게 개발 이익이 귀속된다"며 "이럴 경우 국세인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못해 최소한의 개발이익도 환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남구는 환지방식을 혼합하면 일부 토지 소유주에 대한 특혜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실제 무허가촌인 이 일대 토지 감정가는 3.3㎡당 100만원에서 500만원 선까지 천차만별이지만 길 건너 개포동 일대 아파트 가격은 3.3㎡당 4,000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개발 후 아파트로 돌려받을 경우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것이다. 구에 따르면 구룡마을 일대 1개 필지 3만3,000여 ㎡에는 구분 소유자 211명이 등기를 해 놓은 상태이다. 특히 대표자 1명 외에 나머지 구분 소유자 210명은 1인당 평균 33㎡를 소유해 투기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정작 구룡마을 주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2년 간 구룡마을에 살았다는 한 주민은 "개발 되고 나서 가족끼리 살 공간을 얻기 위해 일부 주민들이 돈을 빌려서 10평 가량의 땅을 샀다고 해서 투기꾼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느냐"며 "땅을 매입한 사람들 중 일부가 현재 이곳에 살지 않는 투기꾼이라면 주민들도 적극 선별 작업에 협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구룡마을 개발은 민영방식이 아니라 공영방식에 환지방식을 추가한 혼용방식"이라며 "SH공사의 채무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지방식을 도입하면 4,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분양가도 낮출 수 있어 오히려 원주민들이 입주할 때 임대료도 낮게 책정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기존의 관 주도 강제수용 방식의 개발사업에서 패러다임을 바꿔 거주민, 세대주, 이해관계자들이 다 모여 논의하는 개발을 추진하려고 이 방식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지방식 적용 여부가 구룡마을 개발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환지방식을 적용한다고 해서 공영개발의 원칙이 훼손된다고는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이후 사업 내용에서 공공성이 얼마나 확보되느냐가 오히려 핵심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