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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융합… 기업들 창조경제 '열공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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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융합… 기업들 창조경제 '열공 모드'

입력
2013.03.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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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철학, '근혜노믹스'의 핵심 테마는 창조경제. 재계는 지금 이 창조경제론에 대한 '열공(열심히 공부한다는 뜻의 속어)'모드에 빠져 있다. 모호한 콘셉트이지만 앞으로 5년간 정부의 경제운용 패러다임이 되는 만큼, 기업들도 창조경제론에 맞는 '창조경영론'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창조경제론에 대한 공부를 가장 먼저 끝낸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 사장단은 20일 수요사장단회의에서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으로부터 '창조경제의 개념과 그룹의 과제'란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정 소장은 창조경제에 대해 '토지, 노동 등 기존 생산요소가 아니라 기술과 아이디어가 중요 생산요소로 자리잡는 경제'로 규정했다. 이를 위한 창조경제의 핵심자산은 인재육성이란 점도 강조했다.

삼성은 창조경제론의 첫 번째 실천 방안으로 중소기업들이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게끔 그룹이 보유한 특허를 싼값에 빌려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삼성이 가진 기술이 중소기업에 더 활발히 전파되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계열사별로 보유 중인 특허들을 무상 혹은 일반 특허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중소기업에 대여할 수 있도록 실천 계획을 짤 계획이다.

다른 그룹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작년부터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이란 경영 슬로건을 쓰고 있는데,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론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개최한 '협력업체 채용박람회'가 대표적 사례다. 기술력은 출중하지만 지명도가 낮아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채용을 지원함으로써 '중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란 두 목적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소 협력기업의 우수인재 채용을 도우면 결국 납품 받는 부품의 질도 올라가기 마련"이라며 "이게 바로 현대차 만의 상생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과 현대차가 상생에 초점을 맞췄다면 SK그룹은 '융합'을 키워드로 잡았다. 기존 정보통신기술(ICT)에 첨단을 덧입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곡동 재래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SK텔레콤의 '마이샵(소상공인 경영지원 서비스)'을 설치한 가게들을 둘러보며 "창조경제의 모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IT 기술이 재래시장의 상품판매와 유통 방식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SK는 창조경제의 핵심 가치인 융합을 여러 사업에 적극 도입해 왔다"며 "통신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융합의 영역을 더욱 넓혀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계 단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4일 월례 회장단 회의에서 '창조경제특별위원회(가칭)'을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각계 전문가를 망라해 정부의 창조경제론을 뒷받침하는 사업프로젝트와 인프라 구축 과제를 적극 발굴할 방침이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기업들이 참여하는 창조경제위원회 발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한 편에선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하고 범위가 너무 넓어 실천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큰 틀에서 창조경제의 방향성은 이해하나 '정확히 무엇이다'하는 게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미래창조과학부의 운영 윤곽이 나와봐야 세부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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