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교회오빠'는 묘한 뉘앙스를 갖는다.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교회오빠는 바른 생각, 바른 행동으로 무장한 '도덕적 인간'에다,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능력자'다. 종교적 영성만 뺀다면 흡사 엄친아와 비슷한 교회오빠는, 한국 개신교의 욕망이 투사된 인간형이다.
여성신학자인 백소영 이화여대HK연구교수가 쓴 (그린비 발행)은 이렇듯 경건함과 세속적 성공이란 상충된 한국개신교의 욕망을 해부한 대중 교양서다. 스스로 "개신교 신자"라고 밝힌 백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성립된 역사적 맥락을 통해 세속적 욕망, 종교적 경건함이 근대화와 맞물리는 과정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교회오빠가 상징하는 우리사회 욕망으로 서두를 열며, 한국개신교 역사를 유럽 기독교 역사와 비교한다. 일제 강점기, 박정희 정권 시절 개신교 지도자들은 '영혼 구원'에 집중하며 정치에서 물러선다. 그러나 이승만, 이명박 정권 등 친개신교 정권이 들어서면 정치세력화에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 개신교는 신정일치에의 욕망을 버리지 못해 정치에 관여하고, 신앙과 부를 결합시켜 재물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박 교수는 "수천 년 기독교 역사를 지닌 서구에 비해 짧은 기간 구축됐기 때문에 한국개신교 역사는 더 얼룩져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개신교를 흔히 무속신앙과 결부돼 현세 구복적이라고 평하지만, 라틴아메리카나 미국 흑인 기독교에서도 구복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종교마다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죠."
한국개신교의 현세구복적 성격은 대형교회 설교에서 잘 드러난다. "예수 잘 믿으면 영혼 구원뿐만 아니라 물질과 건강까지 얻는다"란 '삼박자 축복론'이 초대형 교회의 주요 설교 내용이 되고, 교회 안에 ATM현금기가 설치된 지 오래다. 박 교수는 "현세구복적 성격은 고도성장기에 중산층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면서 더 공고화됐고, 신자유주의적 경쟁이 전면화된 최근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가정을 잘 관리해야 하는 청교도적 여성상과 정절ㆍ희생을 강조하는 가부장적 여성상이 맞물린 여성개신교도들의 삶에 대해서도 논한다.
이런 현상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근본주의적 교리에서 벗어나 사회 보편성을 갖는 '사건'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알랭 바디우의 을 예로 들며 "예수 죽음을 당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바라볼 때 교리적인 답습에서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우리가 예수를 닮는다는 것은, 신이 원하는 질서가 세상에서 이뤄지는데 크든 작든 제 역할을 하는 겁니다. 나는 고난을 받을지언정 기쁘게 제 역할을 하겠다는 거죠. 이런 마음이 진정한 경건이 아닐까요."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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