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느 새 마흔이 넘어 있다. 마흔이 되는 나이까지 살 수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곤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 자신을 꾸역꾸역 밀어넣던 시절의 일이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끼는 단계가 몇 차례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 첫 번째는 대부분이 예외 없이 형이나 삼촌뻘이었던 축구국가대표 선수나 프로야구 선수들이 어느 사이, 비슷한 연배나 후배들이 되었을 때, 나이가 들었다는 걸 실감했다. 어렸을 때는 정말이지 야구나 축구 국가대표는 형이나 삼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야구 선수들은 모두 새까만 후배들이거나 심지어 조카뻘이다. 프로야구에서 작년에 나와 동갑인 어떤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 왜 그토록 허전하고 아쉽던지. 두 번째로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낀 건, 아버지뻘이나 하는 줄 알았던 구청장이나 국회의원, 기관장 등에 나와 나이가 같은 사람들이 당선되는 것을 보았던 최근의 일이다. 세상에나 내 나이에 구청장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느꼈을 때의 전율이란. 언젠가는 내 나이에 장관도 나오고 대법관도 나오겠지, 아니 그것은 이미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이만큼 가까이 와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에는 나도 별 수 없이 가요무대나 국악방송을 애시청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텐가. 뭔가 마구 억울하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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