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직업은 속된 말로 '점쟁이'다. 물론 '역술인'이라는 다소 점잖은 호칭도 있으나 이는 비교적 근래에 들어 부르는 것이고, 오래 전부터 이 직업에 '쟁이'라는 접미사가 붙었던 것으로 보아서는 그다지 좋은 직업군에 해당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민족정신 말살 정책을 편 일본에 의해 택일한 날짜에 혼인 전 양가 집안이 사주단지를 교환하는 것조차 미신으로 치부되다가 6.25 한국전쟁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 문화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 직업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시각이 고착된 듯 하다.
부유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필자 또한 그런 부정적 시각이 어떤 것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필자 역시 역술인의 길을 걷기 전에는 역학을 전형적인 미신으로 치부(置簿)했었고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지 그런 미신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아울러, 나는 기독교인이니 더욱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성경 말씀에 따라 착하게 생활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필자 나이 15세와 18세 되던 해에 부친(父親)의 사업이 연달아 부도가 나면서 그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경제적 어려움이 오면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다.
어느 날부터 자가용 기사아저씨가 보이지 않았고, 늘 함께 했던 가정부 누나도 떠나가고, 이사간 아파트에서는 내 방이라고 생각했던 조그만 방이 알고 보니 안방이었다. 이렇듯, 주변의 모든 환경이 급변하면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미미하나마 필자는 한편으로 그렇게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꿈을 통해서였는데 좋지 않은 사건들이 터지기 전에 필자에게 계속해서 흉몽(凶夢)들이 나타나고, 심지어 필자의 부친(父親)도 설명하기 어려운 흉한 꿈들을 꾸셨다고 하셨다. 당시 필자가 중?고등학교 시절이라 조금 예민해서 그런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전형적인 예지몽에 해당되는 꿈이었다.
"그 동안 착실하게 살아왔고, 교회에 봉사도 많이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이나 신이 있다면 우리 가족을 이렇게 무너지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는 신(神)을 찾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필자는 각오했고 신(神)에 대한 원망이 너무 커져서 그 이후 더 이상 교회에 가지 않았다.
이 후, 필자의 부친은 재기(再起)를 꿈꿨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고 필자 역시 26세라는 이른 나이에 결혼했으나 사업은 부도나고 결국 결혼 3년만에 이혼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니 자살을 생각할 만큼 큰 정신적 고통이 왔다.
그래서였을까, 세상은 사람의 노력도 중요하나 뭔가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다시는 신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예전의 각오가 무색하게도 오히려 신의 세계나 역학(易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성경에서도 처음과 끝은 정해져 있다고 했고, 불교나 이슬람교 역시 비슷한 사상이 있다. 다만, 그 표현 방식만 조금씩 다를 뿐 근본적인 맥락은 서로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연구해 볼 가치가 있었다.
필자는 '왜 내게 그런 고통이 찾아 왔을까?'에 대해 궁금해 하던 중 역학을 접하게 되었고 필사적으로 학문에 매달렸다. 아니 정확히는 영(靈)적인 수행에 더 매진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한데 그 수행의 과정에서는 마치 무속인이 접신된 듯한 현상도 왔고, 기독교 적인 표현으로는 마치 성령이 임한 듯한 현상도 찾아 왔었다. 그런 현상이 온 후,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의 운명이 신기하게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전화로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고, 마치 관상가처럼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어도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앞으로 무슨일이 생길 지가 보였다. 몸에서는 이유 없이 열이 나고 역학 공부는 한번만 읽어도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필자는 스스로 두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치 신이 된 듯 했다. 하지만, 조용히 명상을 하다 보니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이런 현상들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나 스스로 뛰어나거나 잘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필자는 왜 나는 하는 일마다 다 망하고, 결혼도 실패하고, 자식을 가져도 사산?유산하며,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친인척. 형제 무덕하고, 불효자로써 살아가야만 하는지 등이 늘 궁금했었는데 역학을 통해 차근차근 그 이유를 알게 되면서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원망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아울러, 원망하면서 하나님이나 신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던 필자였으나 역학을 통해서 내가 왜 그런 삶을 살아올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오히려 하나님의 존재나 신의 존재를 더 인정하게 되었기에 그 누구라도 반드시 종교를 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는 분이 있을 것이다. 아니 역隙?공부하면서 왜 신을 인정하게 되며, 왜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원망이 사라져 가는지 말이다. 거기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필자의 사주를 보면, 성공하려고 한다면 다른 사람을 크게 괴롭혀야 하고 심하면 범죄를 저질러야 할 수준에 날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극심하고 그렇게 남들에게 강하게 하면 아주 큰 부자로써 수많은 여자와 함께 호화롭게 살게는 되나 40세를 못 넘기면서 단명(短命)하게 되니 그렇게 살면 안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내 상황은 그와는 정반대이다.
결혼에서 이혼하지 않았으면 아내가 단명하니 결국 나 혼자 살 팔자요, 만약 자식이 있었다면 아내가 없으니 그 자식은 편부(偏父)에게서 자라게 되면서 어머니의 따스한 정을 받지 못하면서 50세 이전까지는 운도 좋지 않으니 자식 입장에서는 살면서 좋은 날이 거의 없다.
친인척과 가까이 지낸다면 돈 문제 등으로 소송에 싸움이 잦고, 형제와 가까이 한다면 나는 괜찮으나 나로 인해 형제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고, 불효자가 아닌 효자로써 살아가게 된다면 역시 형제들이 부모의 은덕을 입지 못하고 집안도 뒤숭숭해 지는데 이러한 내 상황을 알게 되니 결과적으로 원망은커녕 오히려 안도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신 신께 감사하게 되었다.
세상 누구라도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얻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고, 반대로 잃는 것이 있다면 얻게 되는 것도 생기는 법이다. 다만, 소중한 것을 잃은 그 순간만큼은 잃은 것만 인식되고 나중에 얻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다 보니 큰 절망감이 오는데 하늘은 이전에 비해 훨씬 좋은 것을 주시는 경우가 더 많다.
사업이 망했다고, 재물을 잃었다고, 명예를 잃었다면 신(神)을 원망하지도 말고, 사람들을 미워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하늘이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나중에 틀림없이 알게 될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축복이었다는 것을.
역술인 부경(赴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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