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선후보 시절 검찰개혁안을 내놓으면서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정치권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천명했으나, 결과적으론 이를 어긴 꼴이 됐다.
검사의 청와대 파견은 1967년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있었다. 그러나 파견검사가 권력자의 의중을 반영해 검찰 측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그러자 정부는 97년 검찰청법을 고쳐 현직 검사 차출을 금지했다. 그런데도 이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검사들의 청와대행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재연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이중희(46·사법연수원 23기) 인천지검 부장검사가 사직하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맡은데 이어 이창수(42·30기), 김우석(39ㆍ31기), 홍성원(36·31기) 검사도 청와대 근무를 위해 법무부에 사표를 던졌다. 이를 놓고 또 다시 격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이 청와대로 간 검사들을 통해 검찰에 정치적 외압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또 사표 냈던 검사들이 검찰에 복직해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악순환도 문제로 지적된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사표를 낸 후 청와대 근무한 검사가 일정 기간은 검사에 복직할 수 없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행선 미국 변호사는 "청와대 파견 검사의 업무를 전문적인 직업 관료인 법무담당관이 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검사 사표. 청와대 근무. 검찰 복귀… 정·검 유착 악순환 지금이라도 끊어야"
●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직 아니어서 괜찮다" 강변은눈 가리고 아웅식의 꼼수 불과검찰독립 위해 폐단 바로잡길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주로 선거 때만 작동하는 것 같다. 총선이나 대선 후보는 표심을 얻으려 공약(公約)을 발표하고 유권자는 그 공약이 실현될 것을 기대하면서 한 표 던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후보의 공약은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사라지거나 축소돼 알맹이 빠진 텅 빈 공약(空約)이 되기도 한다. 정권을 잡기 전과 정권을 잡은 후가 달라지는 현실을 매번 경험하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유권자들이 투표 이후에는 일상의 삶에 바빠 공약이 실현되고 있는지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조직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로 대검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신설 등 검찰개혁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어느 정도 실현될 발판이 마련되었지만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제한 약속은 이 정부에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대선 전 박근혜 후보는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전임자의 전철을 밟고 있다. 현직 부장검사가 민정비서관으로 부름을 받아 사표를 던지더니 3명의 검사가 추가로 사직하고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박대통령은 현직은 아니어서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며,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외압은 없을 것이라고 강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편법이자 꼼수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실질적으로는 현직 검사를 파견한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검사의 청와대 근무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67년 2월 박정희 정부 시절 현직 검사가 청와대에 차출되면서 시작되었다. 파견 검사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면서 대통령의 의중을 검찰에 전달하고 주요 검찰수사를 지휘하는 사실상의 검찰사령탑으로 기능했다. 청와대 파견검사제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홍준표 의원(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의 제안으로 1996년 말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사의 청와대 파견근무를 금지한 제44조의2를 신설하였다. 그러나 이 규정을 피해가는 꼼수는 법 개정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와 실질적으로는 사문화되었다. 검사가 사표를 낸 뒤 청와대에 근무하고, 근무가 끝나면 법무부가 그를 다시 검사로 재임용하여 검찰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말기에 잠시 중단되었다가 참여정부 때는 물론 이명박 정부에서는 더욱 빈번하게'검사 사표 → 청와대 근무 → 검찰 복귀'라는 편법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더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편법 파견된 검사들의 활약에 반드시 영전의 특혜를 베풀어 검찰은 임기 내내 '정검유착',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듣기도 하였다.
파견검사를 매개로 한 청와대와 검찰, 그리고 법무부의 커넥션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하는 요소다. 검찰이 권력의 핵심에 자리한 검사출신 옛 동료를 최고 권부의 의중을 파악하는 통로로 사용함으로써 이 제도가 검찰의 정치적 예속을 초래하고 있다. 검찰은 검찰대로 민정비서관을 전직 검사출신으로 보임함으로써 청와대와 연결되어 있는 보이지 않는 끈을 유지하려고 한다. 권력을 잡으면 恥映퓨疸?아니라 기소권과 기소재량권을 갖는 검찰 권력을 정권의 보호막으로 두려는 유혹을 느끼는 것 같다. 조직을 수호하려는 검찰 입장에서도 청와대 파견 검사가 늘어나는 것을 반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검사출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검찰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통로였음을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 수사가 적나라하게 보여준 바 있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하려면 검사의 청와대 파견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 살아있는 권력의 의지를 실현하는데 봉사하는 검찰이 아니라 법적 의지를 실현하는 국민의 검찰이 되게 하려면 검찰과 청와대 간의 적절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바로 청와대 검사파견금지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작은 첫걸음일 수 있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대선 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편법적인 청와대 검사파견제 운영을 바로잡고, 다시 가동될 국회사법개혁특위는 사표를 낸 후 청와대 근무한 검사가 일정기간 후에 검사 복직을 허용하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권력 비호·비판세력 탄압에 악용 선례… 법무담당관제 활성화 해당업무 맡도록"
● 김행선 미국 변호사
사건처리 직간접 개입창구 변질정치검찰의 온상으로 지목까지靑파견검사 복직금지 명문화를
민주적 정당성이 적거나 권위주의적 정권일수록 검찰과 정치권력은 불가분의 공생관계에 놓이기 쉽다. 법치국가에서 검찰은 합법적으로 인신구속 등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기관이고, 이에 따라 정치권력은 검찰을 이용해 정권보위에 악용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게 되며, 검찰은 정권에 입맛에 맞춰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조직의 안위와 권한확대를 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국가에서는 검찰과 정권의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정치권력의 입김과 상관없이 검찰권이 공정하고 정치중립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민주적 통제와 견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검찰은 한때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권의 보위를 위해 자의·편파적으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존재로 인식되곤 한다. 그만큼 검찰이 견제 받지 않는 초권력집단이 되어 국민으로부터 검찰권 행사의 불공정성과 정치편향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권과 검찰의 유착을 방지하고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민주·제도적 장치 마련 및 검찰인사의 정치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그 세부방안의 하나로서 '검찰의 청와대 등 권력기관 파견 금지'는 '대검 중수부 폐지'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정치검찰방지책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 등 정치권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수사에 있어 구체적인 사건처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지휘·명령을 할 수 없는 관계로, 역대 정권은 종종 정권의 의사를 검찰수뇌부와 수사검사에 전달하는 간접적 개입통로로 '청와대 파견검사제도'를 애용해왔다. 이는 결국 정적과 정권비판인사를 탄압하는 도구 내지 권력형 비리의 비호창구로 악용되게 되고, 이를 통해 검찰은 성역 없는 공정한 수사로 정치권력을 견제하고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본래의 기능을 하는 대신, 정권의 비위만 맞추는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는 폐해를 낳곤 하였다.
또한 파견검사는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친분을 이용하여 차후 승진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됨에 따라 자연 대통령의 의중에 민감하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정치중립적이어야 할 검사가 정치적인 처리방식에 길들여지고 정권의 의향에 따르는 업무관행이 굳어지게 되어 검찰에 복귀하여서도 정치적 관점에서 사건을 처리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김대중 정부는 검찰청법 제44조 2항에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시켰으나, 이후에도 정권은 이를 어기고 일단 검사직에서 사직시킨 후 청와대로 파견하였다가 다시 신규 재임용하는 방식으로 편법 운용하여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러한 청와대 파견의 폐해에 공감하여 "검찰의 외부기관 파견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하였으나, 최근 공약을 어기고 3명의 검사를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 임명하여 사실상의 편법파견을 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정치검찰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한명숙 전 총리 무죄사건, 미네르바 무죄사건, 광우병 PD수첩 무죄사건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2010년 경찰의 교육감선거 개입의혹사건의 주임검사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되었던 검사를 지정한 일로 인해 해당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편향성에 대해 많은 의혹과 비판을 받은 사실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만 보아도 정치권력이 왜 편법으로라도 청와대 검사파견을 하려고 求쩝? 검사의 청와대 파견이 왜 정치검찰의 온상으로 지목 받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위와 같이 비판세력탄압과 권력비호의 창구로 악용되기 쉬운 검사의 청와대 파견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우선 파견검사의 검찰복직(신규 재임용 포함)을 금지시키고, 법무담당관제를 활성화하여 청와대 파견검사의 업무를 전문적인 직업관료인 법무담당관이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통해 검찰이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고 공명정대한 수사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업무에 충실케 하는 것이 올바른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도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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